“세계 날조, 신보다 힘들었을 것” 정경심 의견서에 진중권 반응

입력 2020-05-07 15:4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월 국민일보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늦었지만, 이제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조언했다.

진 전 교수는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봉사상 줄 테니 기안을 올려라’고 했다”는 정 교수 측의 의견서 내용이 표창장 발급을 위임받았다는 기존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취지의 본보 단독 보도를 공유하며 “그동안 정경심 측의 전략은 온갖 궤변과 억지로 공소사실의 세세한 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일종의 교란작전인데, 재판장이 현명하게 변호인단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았다”며 운을 뗐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재판부가 ‘그럼 도대체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다는 얘긴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거다. 이 한 수로 초장에 대마가 잡혔다”며 “정 교수 측은 자신이 그 표창장을 어떻게 받았는지 ‘적극적’으로 구성해 해명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건 남이 하는 말에 트집을 잡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과제다. 없었던 사실을 마치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꾸며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정 교수의 의견서 내용이 기존 입장과 다른 이유에 대해 “부랴부랴 내적 개연성과 외적 대응성을 동시에 갖춰 시나리오를 쓰려다 보니, 과거에 자신이 했던 발언, 그동안 법정에서 해왔던 발언과의 정합성까지 갖출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보다 더 힘들었을 거다”라며 “신이야 그냥 무(無)에서 세상을 창조했지만, 정 교수는 이미 존재하는 세상에, 그것과 모순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끼워 맞춰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정 교수는 표창장을 받아다 줬다는 그 직원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 그 직원이 정 교수를 위해 위증을 해줄 리는 없을 것이다”라며 “직인이 인주로 찍혔는지, 프린터로 인쇄됐는지도 명확히 밝혀야 하고, PC에서 왜 아들 수료증에서 오려낸 직인 파일이 나왔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그 전엔 총장의 위임으로 자기 전결로 발급했다고 거짓말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정 교수의 태도가 재판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번 거짓말을 하면, 들통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 거짓말 역시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세계 전체를 날조해야 할 처지에 빠진다”며 “이 문제를 계속 정치화해봤자 본인에게 좋을 거 하나 없다.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동안 거짓말을 해온 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식이라고 본다”며 “그게 본인에게도 좋고, 사회를 위해서도 좋고, 그 거짓말에 속아준 지지자들에게도 좋을 거다”라며 글을 맺었다.

진 전 교수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판부가 정 교수 개인 노트북에서 나온 표창장 파일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정 교수 측에서 검찰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컴퓨터의 증거능력에 시비를 거는 데도 불구하고, 재판부에선 바로 그 컴퓨터에 왜 총장직인 파일이 들어 있는지 묻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그 PC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로, 이미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는 데에선 그 속에 든 직인파일의 존재는 이미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