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 유치원 놀이터가 달라진다. 제주도교육청이 유치원 실외놀이터 설비기준을 개정하면서 유치원 놀이 공간이 보다 다양한 놀잇감들로 채워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조합놀이대 일색의 놀이 환경을 마뜩잖게 생각해온 유치원 교사들은 개선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초 ‘유치원 바깥놀이장 설비 기준’을 자연·놀이 중심으로 개편하고, 놀이환경 개선비 12억2000만원을 유치원 현장에 지원한다고 7일 밝혔다.
제주교육청의 놀이장 설비기준 개정은 교육부가 지난해 7월 유치원 교육과정을 놀이 중심으로 개정·고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석문 교육감은 같은 달 주간기획조정회의에서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놀이터를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우는 놀이 중심, 자연물 중심의 놀이터로 바꿔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따라 도교육청은 지난 1월 ‘제주도 각급학교 교구·설비 기준’ 중 유치원 바깥놀이장 설비 기준을 개정했다. 필수 설치물을 기존 ‘조합놀이기구 1조’에서 ‘조합놀이대 또는 개별 설비 3종 이상’으로 폭을 넓힘으로써 다양한 놀이 재료를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놀이 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 유치원 놀이터 설비 기준을 바꾼 것은 전국에서 제주가 처음이다.
도교육청은 이어 올해 본 예산에 12억2000만원을 확보해 도내 유치원 시설 개선을 지원한다. 앞서 40여개 공·사립 유치원이 시설 개선을 신청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모래장, 물놀이시설, 흙바닥놀이터 등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구상할 수 있는 자연물 설치를 희망해왔다. 도교육청은 놀이 여건이 열악하거나 신규 유치원 등을 기준으로 이달 중 지원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신설되는 서귀포시 도순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변경된 바깥놀이터 설비 기준이 적용된 첫 유치원 사례가 될 전망이다.
도순초 병설유치원은 유치원 옆 넓은 공간을 활용해 대형 흙 언덕과 언덕을 주변으로 한 흙 놀이장, 학교에 자주 출몰하는 장수풍뎅이의 모형을 본 뜬 놀이기구 설치를 구상 중이다. 유치원 주변 학교 숲 공간을 활용해 나무 그네를 만들고, 원두막 쉼터 등도 조성한다.
김명신 유아교육담당 장학관은 “이번 설비 기준 고시 개정은 교육청이 놀이기구 위주의 놀이터 문화를 탈피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놀이가 최고의 배움이라는 제주교육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유치원 놀이터를 자연과 재미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조금씩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