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끝이 아냐… 코로나19에 무역 흑자 7년 만에 최저

입력 2020-05-07 14:31 수정 2020-05-07 14:32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3월 국제수지 잠정치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분기 기준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3월까지는 경상수지가 그래도 흑자를 유지했지만 세계적 수요 둔화로 수출이 급감한 4월에는 적자 기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1~3월 경상수지 흑자가 136억1000만 달러로 2012년 1분기(12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3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181억3000만 달러보다 24.9%(45억2000만 달러)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121억9000만 달러보다는 11.6%(14억2000만 달러)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두드러지는 건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 수출입 분야다. 1분기 상품수지 흑자는 153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5억2000만 달러보다 21.4%(41억8000만 달러) 줄었다. 137억4000만 달러를 남긴 2013년 1분기 이후 최소 흑자다. 지난해 4분기(204억5000만 달러 흑자)와 비교한 1분기 상품수지 흑자는 25.5%(51억1000만 달러) 줄었다.


상품수지 악화는 전염병 확산 등에 따른 국제교역 둔화 속에서 수출이 수입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분기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1315억1000만 달러로 1년 전 1377억2000만 달러보다 4.5%(62억1000만 달러) 적었다. 같은 기간 수입으로 해외에 지불한 돈은 1182억1000만 달러에서 1161억7000만 달러로 1.7%(20억4000만 달러) 줄었다.

수출·입 모두 전년 동기 대비로 각각 8.2% 감소한 2019년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수출은 승용차·석유화학제품·철강재 위주로 중국과 유럽연합(EU) 시장이 부진했다.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 등 자본재가 늘었지만 주요 원자재와 소비재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된 건 나머지 수지가 개선된 덕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지난해 1분기 71억80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52억8000만 달러로 26.5%(19억 달러) 줄고, 본원소득수지는 같은 기간 15억2000만 달러에서 38억6000만 달러로 153.9%(23억4000만 달러)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장부상 실적이 오히려 나아진 경우다. 세계적 물동량 감소로 운송수지 적자가 6억6000만 달러에서 2억8000만 달러로 줄고, 출국자 급감와 함께 여행수지 적자도 25억4000만 달러에서 21억7000만 달러로 줄었다.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는 2016년 2분기 18억3000만 달러 이후 15분기 만의 최소폭이다. 지난해 1분기 786만명이었던 출국자가 전염병 우려 등으로 올해 같은 기간 384만명으로 402만명(52.9%) 줄었다. 같은 기간 입국자 감소폭 166만명(370만→204만명)보다 236만명 더 많다. 전년 동기 대비 입국자가 감소한 건 2018년 1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출국자가 해외에서 쓴 돈인 여행지급은 지난해 1분기 79억 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56억5000만 달러로 줄며 2014년 1분기(53억2000만 달러)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 여행수입은 53억6000만 달러에서 34억9000만 달러로 줄어 2017년 4분기 31억7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는 62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억9000만 달러 늘었다. 2019년 5월 이후 11개월 연속 흑자다. 역시 상품수지 흑자는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며 전년 동기보다 13억4000만 달러 줄어든 70억 달러에 그쳤다. 대(對)중국 수출이 줄고 반도체·석유제품 등 주요 수출품목 단가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6억4000만 달러(21억→14억6000만 달러) 줄었지만 여행수지 적자는 2억 달러(1억7000만→3억7000만 달러) 늘었다. 입국자 감소로 여행수입이 22억4000만 달러에서 7억4000만 달러로 15억 달러(67.0%) 줄어든 탓이다. 3월 입국자 수(8만명)는 전년 동기(154만명)보다 94.6%, 전월(69만명)보다 87.8% 감소했다.

올해 3월 여행지급은 11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억1000만 달러보다 13억 달러(53.9%) 줄었다. 이 기간 출국자수는 233만4000명에서 14만3000명에서 93.9% 감소했다.

이번 국제수지 실적으로 볼 때 올해 1분기까지 코로나19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가장 큰 충격이 예상되는 시기는 4월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적자를 냈다”며 “국제수지 기준과는 차이가 있지만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4월에는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4월 적자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5월도 안심하긴 어렵다. 국내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박 국장은 “5월 이후부터는 오롯이 무역수지가 어떻게 되느냐로 경상수지가 좌우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