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과에 “경제 전환점” “면죄부 과정” 與 평가 엇갈려

입력 2020-05-07 11:4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거대한 전환점이길 기대한다”고 말한 반면, 박용진 의원은 “재판에서 면죄부를 받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 포기선언을 삼성의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얕은 눈속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경제의 새 시대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삼성그룹이 무노조를 포기한 시간, 강남역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김용희씨가 세 번째 단식을 시작했다”며 “삼성의 선언이 공염불로 그치지 않고 김씨가 동료와 가족 곁으로 복귀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이 부회장의 결자해지를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대한민국 기업경영의 새 출발이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첫 출발과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희씨는 1990년 노조 설립 준비 등의 이유로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하고 강남역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내대표는 “코로나 시대에 맞아 우리는 기로에 섰다. 어디로 한 발을 내딛느냐에 따라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도 있고 천 길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이 바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다운 나라로 비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면죄부를 받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 부회장이) 이실직고도 없었고, 법적 책임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잘할 테니 봐줘라’ 이런 수준이어서 실망스럽고 ‘그냥 그렇구나, 원래 이게 면죄부 받기 위한 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만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선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알맹이가 다 빠져버린 입장문이 됐다”며 “결국 남은 건 ‘제 아들한테 물려주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는 하나마나한 얘기만 온 신문에 헤드라인을 다 장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 본인도 지금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시면) 대략 5조~6조원 이상의 현금으로 혹은 주식으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주식으로 내놓으면 겨우 어렵게 장악한 연결 구조가 깨지고, 돈으로 내자니 현금이 없는데 무슨 아들한테 주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당연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반대하지 않는다”며 “대신 (승계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 내지 않고 400조가 넘는 삼성그룹 전체 경영권을 날름 가져가려고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따졌다.

박 의원은 삼성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서도 “후다닥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하는 건 사과를 했으니 (재판에서) 죄만 깎아 받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용우 당선인도 YTN 라디오에서 “경영권 이양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영권을 이양할 권한은 주주에게 있는데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 가지고 현행법상으로 자식한테 물려준다, 안 한다고 하는 권한이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삼성 문제를 바라볼 때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주주의 권한과 경영진의 권한, 이것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용현 박재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