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에서 댓글 부대를 동원해 경쟁사 제품에 대한 비난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네티즌들이 “또 남양유업이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남양유업의 과거 갑질 전력이 새삼 공유되면서 공분이 배가되고 있다.
7일 남양유업이 이른바 ‘댓글부대’를 동원해 경쟁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관련 기사에는 “잊을 만하면 존재감을 빵빵 터뜨린다” “사업을 좀 정직하게 하라” 같은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반성은 무슨, 동네 XXX도 아니고”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종종 보인다. “너희 거 다시는 안 사 먹는다”며 불매 운동을 촉구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네티즌들이 댓글 부대 사건에 더 분노하는 이유는 남양유업의 갑질 경영 전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크지 않은 상품들을 본사에서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분노한 소비자들은 남양 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거쳐 대국민 사과를 했고, 갑질 근절을 약속했다.
2013년 6월에는 남양유업이 여직원의 경우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꾼 뒤 임금을 깎고, 각종 수당에서 제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신해도 출산 휴가가 보장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의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40시간의 약물치료 프로그램 수강, 220만560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5일 “집안을 제대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며 사과했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6일 홍 회장 등 7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업체인 A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에는 “A사에서 나온 유기농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아이에게 먹인 걸 후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쟁업체 측은 여러 곳의 맘카페에 ‘A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글을 올린 아이디 4개를 특정해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홍보대행사를 압수수색해 해당 글을 게시한 아이디 50여개를 확보했다.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에 돈을 준 것도 확인했다. 남양유업은 해당 홍보대행사에 마케팅 업무를 맡긴 건 맞지만, 비방 게시물 작업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