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었다면 매일 점심 학교 급식에 올랐을 친환경 농산물과 각종 식재료가 학생 가정으로 배달된다. 개학이 두달 넘게 연기되면서 지출되지 않은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활용해 친환경쌀 등 10만원 상당의 학교급식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서울의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초‧중‧고‧특수학교 등 총 1335개교 86만명이 대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서울시청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영종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종로구청장)과 함께 학생 식재료 바우처 지원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생 식재료 바우처는 5~6월 중 10만원 상당의 ‘모바일쿠폰’ 형태로 제공된다. 학생 1인당 10만원씩 지원하는 것이어서 한 가정에 학생이 2명이면 20만원의 바우처가 지급된다. 모바일 쿠폰은 각 학생 가정의 학부모 스마트폰으로 발송되며, 쿠폰에 배송받을 주소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완료된다. 쿠폰의 유효기간은 7월말까지다. 모바일 쿠폰으로는 3만원 상당의 ‘친환경쌀’과 3만원 상당의 ‘농축산물 또는 농수산물 꾸러미’를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4만원은 ‘농협몰’에서 학부모가 직접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 자녀의 학교에서 직접 주소지를 제공받아 3만원 상당의 친환경쌀과 7만원 상당의 꾸러미를 바로 배송한다.
다만 중식비를 지원받는 2만5000여명의 저소득층 학생은 학생 식재료 바우처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만5000명의 사정을 재검토해서 중복지원을 무릅쓰고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다른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생은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예산상 이유로 제외됐다. 무상급식 대상이 아닌 고교 1학년과 서울체육중·고교생, 여명학교(탈북학생 대안학교) 학생을 위해서는 교육청이 추가로 75억원의 재원을 확보한다.
서울시는 꾸러미 내용물을 다양하게 구성한다. 모든 가정에 동일한 꾸러미를 일괄 지원하는방식이 아닌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이번 사업에 투입되는 860억원의 예산은 시교육청-서울시-자치구가 50:30:20% 비율로 분담한다.
박 시장은 “학생 식재료 바우처 지원사업은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붕괴되는 위기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했다”며 “농가와 급식단체의 고통을 분담하고,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되도록 시-구-교육청이 뜻을 모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