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앞둔 요양병원 환자 가족들… “5분 만이라도 면회를”

입력 2020-05-07 11:08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지난 1월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면회를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해 4월 강원도의 한 요양병원에 90세 할머니를 모셨다. 요양병원은 이씨의 자택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어 매일 빠짐 없이 병문안을 갔었다. 하지만 이씨는 최근 두 달이 넘게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요양병원 내 보호자 출입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이씨는 “할머니를 못 뵌 지 석 달 가까이 됐다”며 “다행히 할머니가 있는 병실이 1층에 있어서 바깥 창문으로 찾아뵙고 돌아오고 있지만 할머니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쯤 면회 금지가 풀릴 지 알 수 없다는 게 환자 가족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서 요양병원 환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전날부터 생활방역체제로 전환했지만,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 밀집시설인 만큼 아직은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과의 밀접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환자 가족들은 면회를 제한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 여주의 한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신 정모(62·여)씨는 “의사 선생님께 5분 만이라도 면회가 안되겠냐고 간절히 부탁해 보기도 했는데 안됐다”면서 “요양병원 집단 감염 사례도 있었던 만큼 막무가내로 요구할 수 없고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것이 가족들의 심정”이라고 했다.

환자 사정상 화상통화도 불가능한 가족들의 답답함은 훨씬 더 크다. 정씨는 “어머니가 거동은 아예 못하고 의식만 있는 상태여서 화상통화는 커녕 전화통화도 어렵다”며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면 눈을 깜빡이는 식으로 의사소통해 왔는데 면회가 중단되면서 이마저도 챙기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간병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 가서 보살펴야 안심이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환자 가족들은 혹여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 5년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 보호자는 “이렇게 기약이 없이 기다리다가 돌아가시면 어떡하느냐”며 “의식이 없으시다고 하지만 혹여 가족이 방치했다고 느끼실까봐 마음이 아프다”고 걱정했다.이어 “실제로 면회 금지 기간 중 돌아가신 환자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남의 일 같지 않아 무섭다”고 말했다.

제한적인 면회라도 간절하다는 게 환자 가족들의 입장이다. 정씨는 “체온을 측정하고 보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잠시 면회를 하는 등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환자 가족들의 마음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요양병원 환자 보호자는 “병원 직원들과 간병인들은 모두 출퇴근 하는데 왜 보호자만 면회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통제가 어렵다면 보호자 1명 만이라도 면회가 가능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