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한 의문의 여성은 김 전 회장의 막내누나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실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서울 성북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해외에서 가지만 자가격리는 필요 없다. 가족이 먼저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했다. 김 전 회장의 검거 이후엔 “나도 주변 사람의 부탁으로 그렇게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수사 당국은 이 막내누나의 조력을 “가족의 경우 범인은닉죄나 범인도피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까지 활용한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최종 은신처인 서울 성북구 게스트하우스에 예약을 문의하고 송금까지 한 이가 막내누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경은 그의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와 관련한 자금 흐름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도피 행적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김 전 회장과 이종필(42·구속)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여성 2명이 예약을 도운 게스트하우스에서 2~3주간 지내다 검거됐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문의와 송금을 한 이 중에는 김 전 회장의 막내누나 이외에도 ‘부산 지역의 언니’라 지칭된 또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 ‘부산 지역의 언니’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전 회장 막내누나의 조력에 대한 진술은 받았지만 별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끼리 도와준 것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소지품에서 물품창고 열쇠를 발견해 현금 55억원을 압수, 수원지검에 송치할 때 함께 보냈다. 검찰은 해당 금원의 출처를 파악하는 중이다. 일단 경찰은 이 자금이 재향군인회 상조회 재매각을 통해 얻어진 돈이며 기존의 횡령액과 별개의 도피자금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추징이 아니라 현금 상태의 55억원가량을 압수한 것은 전례가 드문 성과라고 본다.
김 전 회장은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도 수원여객 241억원 횡령 사태는 해외 도피 중인 또 다른 측근이 주도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라임자산운용과 별 관련이 없는 것들도 전부 라임과 관련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신속히 김 전 회장의 수원여객 자금 횡령 부분 수사를 마무리하고 서울남부지검에서도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본류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의 모친이 지난주 아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서울 성북구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다. 아들 일행이 도피하면서 남겨둔 옷가지 등을 수거해간 것이다. 중요한 증거품이 될 만한 노트북, 컴퓨터와 현금 등은 이미 경찰이 압수해 간 상태였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잡다한 가재도구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정우진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