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이 힘겹다. 올해 1~3월(1분기) 국세는 지난해 동기보다 8조5000억원 덜 걷혔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와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 각각 45조3000억원, 55조3000억원 적자로 역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실적 부진에 국가 살림 ‘휘청’
기획재정부가 7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 내용이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69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5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3월 법인세가 13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원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법인 실적 부진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대응책의 하나로 법인세 등 여러 세금의 납부 기한을 1~3개월 연장한 점도 고려할 수 있다.
3월 전체 국세수입은 2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세는 3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거래를 통한 양도소득세가 지난해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나머지 국세의 3월 세수는 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00억원 줄었다.
장영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은 4월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3월은 법인세 세수 감소가 국세 수입 감소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1분기 적자 55조3000억원… ‘역대 최대’
국세 수입에 세외수입·기금수입·세입세출 외 수입을 반영한 총수입은 1∼3월 119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여기에 총 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26조5000억원 늘었다. 일반회계 15조원, 특별회계 4조2000억원, 기금 7조4000억원 등이 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3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조원 늘었다. 관리재정수지 역시 55조3000억원 적자다. 적자 폭은 지난해보다 30조1000억원 늘었다. 이들 적자 폭은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3월 기준 가장 컸다. 지난해 3월이 기존 역대였지만 올해는 2배 이상 증가했다.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재정을 조기 집행했고 국세 수입도 줄었다”며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적자 폭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731조6000억원이다. 전월보다 6조3000억원 늘었다. 국고채 잔액은 7조2000억원 늘었지만 국민주택채권 잔액은 9000억원 줄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