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물려줘라, 세금 내고” 이재용 사과에 박용진 반응

입력 2020-05-07 09:10 수정 2020-05-07 09:1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인사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강북구을 당선인은 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적 책임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앞으로 잘할 테니 봐주라는 수준이어서 실망스러웠다”며 “그냥 ‘그렇구나, 면죄부 받기 위한 과정이었구나’라는 생각만 하게 됐다”고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총평했다.

무엇보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의 사과에 “이실직고가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분명히 얘기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책임을 질 거라는 얘기도 당연히 없다”며 “현재 불법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선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얘기가, 알맹이가 다 빠져버린 입장문이 된 거다. 결국 ‘제 아들한테 물려주지 않겠습니다’라는 하나마나한 얘기만 신문 헤드라인을 다 장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하나마나한 이야기인 이유가 뭐냐’고 되묻자 박 의원은 “국민은 이 부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당연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반대하지 않는다. 저도 그렇다”면서도 “대신에 세금 내라. 세금 내지 않고 어마어마한 400조가 넘는 삼성그룹 전체 경영권을 날름 가져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 그것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불법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학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의원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은 계속하도록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선언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수 한 명이 마음 바꾸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조직 아닌가”라며 “이건희 회장 때도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이 있었지만 2년 만에 흐지부지 사라졌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법적 근거도 없고 어떤 규정에 근거하지도 않는다면 선의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이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을 언론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거 빠졌다, 저거 빠졌다’고 지적하기보다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단다’라고 하는 걸 헤드라인으로 뽑았다”며 “단순한 구조로 대한민국 법과 질서, 규칙을 어겨도 괜찮은 무소불위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고양시 정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3월 19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마을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정 당선인도 이날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경영 세습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선언을 꼬집었다. 이 당선인은 “경영권을 이양할 권한은 주주에게 있다”며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으로 ‘자식한테 물려준다’는 건 권한이 없는 이야기다. 삼성은 주주의 권한과 경영진의 권한을 혼동한다”고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이 부회장의 사과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관련 재판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삼성물산 등 재판은 이재용 회장의 승계와 연계된 거냐, 아니면 합병은 별개의 문제냐가 쟁점이다. 특검은 그것이 연속된 과정이라고 보고 있지만, 삼성은 지금까지 그렇지 않다고 말해왔다”며 “어제 발표문으로서 그 자체가 연속된 과정이라고 자인한 모양이 돼버렸다. 이 부회장의 의도와는 달리 상당히 좋지 않은 진술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저의 부족함과 잘못 때문”이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종식과 경영 세습 포기 등을 밝히며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