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마이크로닷(신재호·이하 마닷)과 산체스(신재민) 형제가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들을 조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 형제는 사건이 불거진 지 1년 반 만인 지난 2일 사과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겐 사과는커녕 오히려 반성의 기미조차 없었다는 폭로가 나와 비난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6일 방송된 SBS ‘본격 연예 한밤’에서 마닷 부모의 실형 확정 소식과 함께 합의에 이르지 못한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피해자들은 이들 형제와 부모가 반성은커녕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며 분노했다.
인터뷰에 나선 A씨는 “20년 전에 그렇게 큰 피해를 주고 지금도 신용불량자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마닷과 산체스가 엄마와 같이 한 번 왔었다”며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원금도 안 되는 주겠다고 하더라. ‘난 이걸로 합의 못 한다’고 했더니 마닷이 ‘하늘에서 돈뭉치 뚝 떨어지면 연락드릴게요’ 라고 돌아서더라. 성질을 확 내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판결이 나 다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면 자기네들이 우리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데 전혀 없다”며 “최종 선고 난 뒤 사과할 마음이 없냐고 물었더니 마닷 엄마가 째려보면서 ‘내가 그렇게 사정했는데 아주 속이 시원하겠다’며 화를 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앞서 형제의 부모 신모씨와 김모씨는 1990년~1998년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하면서 친인척과 지인 등 14명에게 4억여 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도주했다. 이런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연예계 빚투 논란이 본격화됐지만 형제는 이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얼마 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 쇄도하자 형제는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논란이 일자 마닷 부모는 한국에 돌아와 빚을 갚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잠적했다. 이에 경찰은 인터폴에 수사협조까지 요청했다. 결국 마닷 부모는 지난해 4월 귀국, 인천공항에서 긴급체포됐다. 같은해 10월 열린 선고공판에서 신씨는 징역 3년을, 김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김씨의 경우 상급심 형 확정 전까지 피해 복구 또는 합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구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일 청주지방법원은 신씨와 김씨가 상고 포기서를 제출했고 검찰 상고기간이 만료돼 원심 형이 확정되면서 김씨도 교도소에 수감됐다. 피해자들은 이날 방송에서 “형만 받고 나오면 다 죗값을 치렀다고 하는데 그건 형사적인 문제다, 벌을 받으면 다 끝나는 줄 안다”며 “2차적으로 판결문을 받아 민사 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와 관련한 해명을 듣기 위해 마닷 쪽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마닷과 산체스 형제는 부모의 실형 선고 직후 사과문을 올렸다. 사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 반만이다. 지난 2일 마닷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홉 분의 피해자분과 합의했지만 다른 네 분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부모님은 실형을 받았다”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말을 내뱉어 상처 드린 점 죄송하다”고 했다. 산체스도 같은 날 “부모님의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며 “부모님 잘못을 자식으로서 반성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살겠다”고 했다. 형제의 부모는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