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근절하기 위해 초강경 법안을 마련한다.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수사 인력 및 역량을 늘려 단속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이번주 미 상·하원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을 만들거나 본 사람들을 처벌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동 성착취 영상을 근절하기 위해 연방 수사기관에 관련 요원을 200명 가까이 늘리는 등 향후 10년간 50억달러(약 6조1230억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아동 성착취 영상 수사 목적으로 연방수사국(FBI)에 100명, 법무부에 90명이 추가 채용된다. 주 단위 수사기관에도 관련 예산으로 매년 6000만달러(약 733억5000만원)를 지원한다.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연방정부를 도와온 비영리단체인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도 매년 1500만달러(약 183억3750만원)를 지원한다. 요타 소라스 NCMEC 고문은 “지원금으로 65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며 “이들은 수사기관에 전달할 아동 성착취 영상 관련 보고서를 검토하는 분석가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법안은 상원이 임명한 공직자가 백악관에서 해당 예산의 집행을 직접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민주당 소속 키어스틴 질리브랜드(54·뉴욕)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에 실무 감독관을 앉힌 것”이라며 “이는 감독관이 업무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실제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름과 구실만 갖춘 자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6일 새 법안을 상원에 상정할 계획인 론 와이든(71·오리건) 민주당 상원의원도 “가장 좋은 방법은 검사와 수사관, 단속 요원 등 공무원들에게 예산과 책임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법안이 시행되면 IT기업들에 대한 수사당국의 강제력도 강화된다. 지난 수십년간 IT기업과 기술자 등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암호화된 사용자 데이터를 해독해달라는 수사당국의 요청에 저항해왔다. NYT는 “그간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암호화된 개인정보에 대한 수사당국의 접근이 제한됐는데 이 역시 없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드롭박스, 인스타그램, 클라우드플레어 등 IT기업들의 아동 성착취 영상 관련 증거 보관 기간도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2배 늘어난다.
이번 법안이 나오게 된 데는 NYT의 ‘아동 포르노’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NYT는 아동 성착취 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7000만건의 문제 사례가 당국에 보고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2008년에도 아동 성착취 영상을 단속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수사 당국의 예산 및 인력 부족, IT기업들의 소극적인 대처로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못했다. 새 법안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 인력과 예산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