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국민 사과에 민주노총 “사법적 책임은 별개”

입력 2020-05-06 18:1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 오늘 사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논평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하지 준수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관련 뇌물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을 언급하며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확언했다.

노사 문화에 대한 사과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시도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이 부회장의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가 삼성재벌에게는 특별한 뉴스가 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해고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직접 사과와 복직, 보상이 돼야 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며 “최소한의 후속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과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경영 승계 과정의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사죄와 원점으로 돌려놓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위법하게 축적한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발표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로 이뤄진 점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발표가 재판에서 사법적 면죄부가 되면 안 된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책임과 오늘 사과는 별개”라고 못박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