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핏’이라 불리는 항공기 조종실은 호기심과 동경의 공간이다. 외부와 차단된 조종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민항기 기장인 지은이는 굳게 닫힌 칵핏 문을 열고 그 안에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흔히 조종사는 항공기를 잘 조종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장은 조종은 기본이고 냉철한 판단력과 인내심, 융합적 리더십을 갖춰야 함을 깨닫게 된다. 항공기는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수천 ㎞를 이동하는 동안 온갖 상황을 만나게 되고,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끔찍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겪기 때문이다.
책은 비행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기장과 부기장, 기장과 승무원, 승객과의 관계 등 수없이 비행하며 깨달은 자신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꺼내 보여준다. 또 우연한 기회에 조종사가 된 저자는 조종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조종사의 삶, 구체적으로는 민항사 기장으로서의 생활과 고민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나는 완벽한 조종사가 아니다. 내가 아닌 그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내 부족분을 메워주었기 때문에 오늘도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부기장, 승무원, 관제사, 운항관리사, 승객이다.”
겸손과 감사가 흐르는 100여편의 에피소드는 행간마다 반전과 위트가 넘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한다.
저자 정인웅은 공군 조종사로 10년간 근무 후 대한항공에서 A330과 B777 부기장으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에미리트항공에서 국제선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