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말부터 퍼져 급속도로 확산했다는 영국 대학 연구진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다.
6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유전학 연구소는 전 세계 감염자 7600여명에게서 확보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감염, 유전과 진화’ 저널에 게재했다.
유전학자인 프랑수아 벌루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데이터 공유를 위해 사용하는 글로벌 데이터베이스에서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 추출한 샘플의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코로나19 병원체가 규명되기 훨씬 전부터 확산하고 있었고, 이미 상당수 인구가 감염됐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배제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이러스는 매번 스스로를 복제하는 데 이때 실수가 유전자에 반영되며 변이를 일으킨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변이를 거듭하고 있는데 연구팀이 이 변이를 들여다본 결과 모두 작년 말 나타난 공통의 원형에서 유래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작년 말 이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박쥐에서 유래돼 인간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발병 사례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보고됐다. 이번 유전자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보다 최소 몇 달 전부터 확산해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됐으며 이에 따라 항체가 생성된 사람도 많을지 모른다는 과학계 일각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라고 CNN은 설명했다.
벌루도 “모두가 이를 희망했고 나도 그랬다”면서 “최대치로 가정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의 10%만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이동마저도 작년 말에 벌어졌으리라 추측했다. 벌루는 “(숙주간 이동)은 매우 최근 일”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숙주간 이동이 작년 말에 벌어졌으리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추출한 바이러스 샘플에서 다양한 변이가 확인됐으나 모두 유사점이 있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1~2월 첫 공식 환자가 보고되기 전에 이미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의혹을 증명하는 유전자적 증거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들 국가에서 첫 환자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바이러스가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벌루는 “어느 국가든 ‘최초 감염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초 감염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변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나거나, 더 심각한 병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