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수십명이 집단강간 모의”…인도판 n번방 발칵

입력 2020-05-06 17:19
여성들이 인도 콜카타에서 성폭행 근절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서 텔레그램 n번방과 유사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미성년자 사진을 올리고 집단강간까지 모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NDTV·BBC 등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의 한 남자 고등학생이 최근 음란물 유포·모욕죄 등의 혐의로 현지 경찰에 구금됐다. 해당 남학생은 다른 고교생 100여명과 함께 ‘보이스 라커룸(bois locker room)’이라는 인스타그램 대화방에 동급생 등 미성년자 사진을 올리고, 집단 강간을 모의하는 등 성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행각은 대화방을 캡처한 사진 등이 SNS에 퍼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조사를 벌인 사이버 전문가 슈밤 싱은 BBC에 “대화방의 존재가 알려지자 해당 청소년들은 계정을 삭제했지만, 캡처 사진과 다른 도구를 이용해 그들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에 관련 정보를 넘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화방에 참여한 다른 청소년 20여명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도판 n번방인 인스타그램 ‘보이스 라커룸(bois locker room)’에서 참여자들이 성적인 농담을 주고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당장 인도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보이스 라커룸 사태는 인도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강간 문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일부는 이런 대화방이 다른 학교나 중학생 사이에서도 많이 만들어져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성차별적 문화의 일부”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있었다.

인도 여성단체들도 사건 관련자들의 IP 주소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이후에도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6명의 범인 중 4명은 지난 3월 사형이 집행됐고, 1명은 교도소 안에서 숨졌다. 다른 1명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3년간 소년원에 구금됐다가 석방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