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협박하세요?”…자체방역 첫날, 혼돈의 대구

입력 2020-05-07 09:00
6일 다시 문을 연 대구 달성군 국립대구과학관에서 관계자들이 관람객들의 거리두기를 위해 바닥에 표시를 하고 있다. 대구시 공공시설은 개관을 미뤘지만 대구과학관은 정부 기관이라 먼저 개관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6856명, 사망자 174명. 대구가 얼마나 코로나19와 치열하게 사투를 벌였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추가 확진자가 사흘째 0명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공포는 어느 지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전국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대구에서 발생했다는 것도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5일 발표한 정부지침보다 강력한 ‘대구형 방역’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가 핵심이다.

방역체제의 변환이 이뤄진 6일 대구시민 대부분은 대구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른 지역은 완화된 생활방역 적용이 가능하지만 대구는 좀 더 긴장해야 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침은 시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6일 오후 2시쯤 대구 동성로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많았다. 더워진 날씨 탓에 반팔 상의 등 옷차림이 가벼워졌지만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동성로에서 만난 박모(24·여)씨는 “더워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대구에서 워낙 환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당분간은 계속 마스크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박씨처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데 큰 이견이 없지만 대구형 방역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구시가 발표한 대중교통,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쓰기 의무화 행정명령은 뜨거운 감자였다. “위반 시 경우에 따라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는 말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마스크 쓰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대구시의 대책을 옹호했다. 북구 주민 권모(42)씨는 “주변에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은데 당분간 마스크 쓰기를 철저하게 지켜야한다고 본다”며 “전염병에 있어서는 부족한 것 보다 과한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대구시의 조치가 과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그동안 시민들이 알아서 잘 챙겼는데 (과태료로) 협박하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밤거리에 나가보면 마스크 안 쓰고 붙어앉아 술 마시고, 전통시장 노점상에서 마스크 없이 어묵을 먹는데 대중교통, 공공시설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행정명령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폐쇄된 실내에서의 모임·집회·회식 계속 자제 지침에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불만을 나타냈다. 신천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미술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하우스, 대구문예회관, 실외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 개관도 미뤄졌지만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다만 민간 수영장 등 민간시설은 문을 여는데 공공시설만 문을 닫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은 일부에서 나온다.

학생들의 등교 문제도 혼선을 빚었다. 권 시장은 “개인적으로는 고3은 정부방침대로 등교하고 그 외에는 온라인수업을 연장했으면 좋겠지만 대구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교육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구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대구시교육청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구시교육청에는 학생들의 등교일 변경 여부와 관련한 학부모와 교사의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장과 교육감 사이에 대략적인 이야기는 있었던 것 같은데 두 기관의 실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구만 등교 수업 연기가 가능한지 여부는 교육부, 일선 학교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