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책임론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나서 양국의 무력충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벼랑 끝 대지가 이어지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CCTV는 지난 4일 중국군 항모 탑재 J-15(젠-15) 전투기 최고 조종사인 위앤웨이가 하이난(海南)의 해군항에서 비행 훈련을 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앞서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이끄는 항모 전단은 대만해협과 남·동중국해 등 서태평양 분쟁해역에서 한 달가량 훈련을 마치고 지난 3일 칭다오항으로 복귀했다.
따라서 위앤웨이의 이번 비행 훈련은 최근 취역한 중국의 두 번째 항모 산둥함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산둥함은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을 모항으로 두고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에는 중국 해군의 구축함 타이위앤함과 호위함 징저우함, 보급함 차오후함 등으로 이뤄진 제35 해군호송전단이 중국해에서 해적 퇴치 및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의 해군 대잠수함 항공기도 최근 남중국해에서 초계 및 대잠 임무를 수행했다고 인민해방군보가 보도했다.
중국은 또 지난달 28일 미국 구축함 배리호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영해로 침입했다며 해군과 공군을 동원해 막아섰다.
미군은 29일에도 이지스 미사일 순양함 벙커힐을 난사군도의 중국 인공섬 주변 해역으로 통과시키는 등 ‘항행의 자유’ 작전을 이어갔다.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운항을 중단했던 항모 니미츠함을 올해 여름 다시 태평양에 배치해 대 중국 압박을 강화할 전망이어서 군사 대치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군의 남중국해 활동 강화는 미국이 항모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 도발 수위를 높여도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분석했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웨이둥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정찰기를 보내고 있다”며 “중국은 이런 도발에 맞서 적절한 반격을 할 필요가 있고, 전투기를 보내 쫓아내거나 너무 가까이 오면 전자적 교란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중 관계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신냉전 시대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을 근거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으로 맞서고 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미는 사실상 신냉전기에 있다”며 “미·소간 냉전과 달리 신냉전은 전면적 경쟁과 급속한 탈동조화(디커플링)가 특징이고, 중·미관계는 몇 년 전, 심지어 몇 달 전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은 미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냉전’ 용어를 잘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다수가 이를 받아들인다고 SCMP는 설명했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위완리 학술위원은 “과거에는 미국 정치권에서 친중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천즈우 홍콩대학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소장도 “천안문 사태 당시에도 미국인들의 밑바닥 정서는 중국에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훨씬 나쁘고 뿌리 깊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화통신이 지난 3월 트위터에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트럼프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중국 매체에서도 자제력을 찾아볼 수 없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신화통신 보도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