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먹기·매맞기’ 교회의 사과…“병상 자매님 안타까워”

입력 2020-05-06 16:33 수정 2020-05-06 17:22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5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빛교회에서 동대문구 소재의 A교회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자들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비정상적인 신앙 훈련을 강요해 고소당한 교회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의 A교회 측은 5일 담임목사와 당회원 등의 명의로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발표하고 “상처받고 아파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교회 측은 “한때 같은 비전을 가지고 함께 기도하고, 믿음의 공동체를 위해 땀 흘렸던 여러분들의 절규에 저희는 가슴이 먹먹하다”며 “여러분들의 아픔에 더 귀 기울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어야 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우리의 모습이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논란은 누구보다 우리 교회를 아끼고, 헌신했던 분들의 토로여서 가슴이 더욱 아프다”며 “여러분들이 이런 심경에 이르기까지 경험했을 허탈한 마음과 분노를 생각하니 저희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회 측은 “여러분들과 함께 했을 때 더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것이 참 아쉽다”며 “항상 가까이에 있었기에 더 정중하지 못하고 사랑의 표현을 아꼈던 것을 고개 숙여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숨쉬기조차 힘들지만 교회는 지금의 상황을 통해 성경적인 사랑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믿음의 자녀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법정에 서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득이하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고 이 상황을 속히 해결해 보다 건강한 교회를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교회 전 신도 20명과 평화나무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교회는 비상식적이고 가학적인 훈련을 통해 신도들을 길들이고 착취해왔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일종의 ‘그루밍 범죄’를 저질러온 담임목사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교회 역시 강제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교회 측이 리더십 훈련이라며 자신의 인분 먹기, 공동묘지에서 매맞기 및 차량 트렁크에 갇혀있기, 찜질방 불가마에 들어가 견디기 등의 행위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판정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인 교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A교회 사과문. 홈페이지 제공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