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지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아시아계 여성이 백인에게 폭행당하는 등 인종 차별적 혐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백인 젊은이가 밴쿠버 시내에서 후드티를 입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버스를 타고 달아났다.
마스크를 쓴 피해 여성은 주먹으로 맞고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진 뒤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범인은 20대 중반의 백인 남성으로 추정된다.
밴쿠버 경찰은 “폭행 용의자는 버스정류장에서 있던 여성을 주먹으로 때린 뒤 달아났다”며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어서 뚜렷한 이유가 없는 폭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는 22세 여성으로 폭행당한 부위는 많이 좋아졌지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밴쿠버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아시아계를 타깃으로 하는 혐오 범죄는 20건이 일어났는데, 지난 한 해 발생한 12건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범죄 20건 가운데 16건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3~4월에 발생했다.
지난 3월 13일에는 밴쿠버의 한 편의점에서 백인 남성이 92세 치매 환자를 밖으로 밀쳐내 피해자가 땅바닥에 뒹구는 모습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큰 덩치에 수염을 기른 백인 남성은 옆에 있던 치매 환자에게 아시아인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은 뒤 팔을 잡아끌어 문밖으로 밀쳐냈다. 거동이 불편한 치매 환자는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동영상이 지난달 23일 공개되자 경찰은 하루 만에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밴쿠버 차이나타운의 중국 문화센터에서 복면을 한 백인 남자가 ‘혐오스러운 낙서’로 창문을 훼손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낙서 사건에 대해 “이런 유형의 범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증오 범죄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우리 도시에서는 이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스튜어트 밴쿠버 시장은 지난주 “일부 사람들이 저지르는 그런 혐오스러운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