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8000채 규모의 신도시급 주거·업무 복합단지가 들어선다.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도 과천의 과천지구(7000채) 보다 공급 규모가 크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주택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것은 2006년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 지구지정 이후 처음이다.
2023년부터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또다시 요동칠 것에 대비해 정부가 선제적인 공급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도심 내 유휴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량을 늘려 부동산 시장 안정세에 ‘쐐기’를 박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수도권에서 장기 정체 중인 정비사업에 공공성을 가미해 사업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총 7만채를 공급할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방안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2023년 이후 수도권에는 연평균 ‘25만채+α’ 수준의 주택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토부는 수도권 도심 내에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휴부지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가장 큰 유휴부지는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정비창 부지다. 서울 도심 노른자 땅에 업무와 상업시설, 주민편의시설 등이 있는 8000채 규모의 주거 복합단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과천 신도시의 공급 물량(7000채)보다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산정비창은 2021년 말 구역지정을 완료하고 2023년 말 사업승인을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공공재개발을 활성화해 2만채를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조합갈등,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 정체중인 재개발 사업에 공공이 참여해 신속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통상 재개발 사업은 지구지정부터 착공까지 10년이 걸리지만, 공공 부문이 참여할 경우 5년으로 단축된다. 또 공공 참여시 분담금을 보장하고, 분담금이 부족하면 대납, 저리 융자 등으로 조합원을 지원한다는 당근책도 내놨다.
이와 함께 소규모 정비사업을 보완해 1만2000채를 공급한다. 소규모 정비사업 전체의 용적률을 완화하고 주차장 설치의무를 완화키로 했다. 모든 공공참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공공임대주택 10% 이상을 공급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역세권의 범위도 250m에서 350m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다만 이 범위 내에서 용도지역을 상향할 경우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토록 한다. 종상향 규제를 풀어 정비사업의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대규모 공장이전 부지에 주거·산업 복합시설을 조성한다. 또 공실 오피스·상가를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1인 주거용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주택 공급을 늘린다.
다만 일부에선 이번 공급대책이 ‘수도권 집값 잡기’라는 정부의 그간 부동산 정책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실현까지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부동산 시장 과열 방지라는 목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가로주택정비사업에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제외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역세권의 범위를 늘리는 것도 주변 시세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토부는 공급 시기를 앞당겨 수요·공급 간 균형을 맞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일부 3기 신도시 및 공공택지에 대해 사전청약제를 통해 조기 분양을 추진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공공분양 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을 사전청약하려고 한다. 2021년 사전청약 물량을 약 9000채 확보해 공급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