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튀어나오는 ‘민식이법 게임’은 피해자 모욕”

입력 2020-05-06 15:39 수정 2020-05-06 16:24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에 소개된 게임 이미지. 국민일보DB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 법을 주제로 한 모바일 게임의 등장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김용재 교통전문변호사는 해당 게임을 두고 “민식이와 민식이 부모님은 엄연한 피해자”라며 “피해자에 대한 이런 식의 조롱과 모욕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6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게임 명칭과 어린이들이 무리하게 튀어나오는 게임 내용은 민식이 개인에 대한 모독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누가 보더라도 이것은 비판보다 조롱이나 모욕의 의사가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당 게임은 지난 2일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제목으로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에 처음 등록됐다. 게임은 플레이어 본인이 택시 운전사가 되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들을 피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게임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거나 돈을 주우려 차도로 뛰어드는 위험한 대상으로 묘사됐다. 이에 비판 여론이 일자 게임제작업체는 5일 해당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김 변호사는 “형법상 사망한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있지만 모욕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사실상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민사상으로는 민식이 부모님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지게할 수 있지 않나 한다”고 밝혔다.

민식이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25일 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 불법 주차된 차량 옆으로 한 어린이가 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식이법의 처벌이 이전보다 많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 과실범에 대한 형벌 중에서는 거의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운전자들이 부담과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교통사고는 기존에도 처벌을 하고 있었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따라 12대 중과실에 해당돼서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처벌이 가능했고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교통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형량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행하며 사고를 일으킨 경우, 규정 속도는 준수했더라도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적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란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또는 사망하게 할 경우를 말한다. 이 법의 핵심은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좀 더 강화된 것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안전운전 의무의 기준이 애매하고 추상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이것은 예전부터 법원이 일관되게 판단을 하고 있다”며 “운전자가 사고가 일어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또 피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저히 운전자가 예측도 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면 무과실로 판단해 처벌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단횡단 사고의 무죄 판결 사례를 들어 “법원이 억울한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식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고려한다”고 했다. 또 “1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았던 운전자의 경우에는 민식이법 때문에 (그런 형량을) 선고받은 게 아닐 뿐더러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게 명백했다”며 “그 건을 두고 형량이 너무 과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전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