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발표한 ‘대중교통 등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 발동’이 여론의 분노를 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을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정부와는 달리 그 고삐를 더 죄는 방안을 내놓자 ‘뒷북 정책’이라는 주장과 함께 “대구 시민을 상대로 협박하느냐”는 거센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5일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대구는 전국적인 상황과는 달리 안심하고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상으로의 성급한 복귀보다 더 철저한 방역에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시민에게 마스크 쓰기 생활화를 권고하면서 교통수단과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 쓰기 의무화를 행정명령으로 발동한다”며 “일주일간 홍보 및 계도 기간을 거쳐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수업이 시작되는 오는 13일부터 강력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행정명령을 어길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조치하고 최대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 쓰기 관련 행정명령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대구시가 처음이다. 이 외에도 대구시는 개인방역 5대 기본수칙을 7대로 확장하는 등 정부보다 강한 방침을 적용했다.
이에 일부 대구 시민들은 공분하고 나섰다. 이날 같은 내용의 담화문을 게재한 권 시장의 페이스북은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한 시민은 “집단 발생 사태 초기 신천지에 대한 행정명령을 아낄 때는 언제고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안 쓰면 처벌한다니, 시민들 상대로 협박하느냐”며 “이런 것 안 해도 여태 해온 것처럼 시민들은 알아서 챙긴다. 책임자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왜 처벌을 먼저 생각하나. 시민들이 마스크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먼저 아니냐”고 반문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대구 시민 모두에게 마스크 무상공급 방안은 생각해보셨나. 마스크 1500원 정부 통제 공급 열쇠를 푸는 것이 시장님의 최우선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깜깜이 환자 역학조사 똑바로 해서 시민들 안심시킬 생각을 하시라” “이제 와서 뒷북인 것 본인도 아시나” “확진자 수백명이 나올 때는 하지 않고 왜 이제서야. 일의 앞뒤가 이렇게 안 맞을 수 있나” “지금까지 들어온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기본적인 것부터 공개하라” 등의 댓글이 쇄도했다. 반면 “이번 행정명령을 환영한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데 마스크 쓰는 것은 당연하다” 등의 반응도 소수 있었다.
권 시장의 이번 담화문이 낳은 논란은 또 있다. 교육부 방침과 달리 지역 각급 학교의 등교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발표 때문에 일선에 혼란이 빚어져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오는 13일은 고3, 20일은 고2·중3·초등 1~2학년, 27일은 고1·중2·초등 3~4학년이 등교 수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권 시장은 “초·중·고교 등교 수업과 관련해 고3부터 시작해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교육부 방침에도 대구 상황에 맞게 (등교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대구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부 방침이 나왔으나 이후 등교 시점 조정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학부모와 교직원 등은 “대구만 등교 일정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청과 일선 학교 등에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교육 당국도 대구시의 갑작스러운 발표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등교 수업 시점 조정 문제는 대구시와 사전에 실무적으로 협의가 이뤄진 바 전혀 없다”며 “대구만 등교 수업 연기가 가능한지 여부를 교육부에 질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