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극찬한 클로로퀸 장려하라는 압력 받았다”

입력 2020-05-06 11: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개인방역장비(PPE) 제조 업체인 허니웰 공장을 시찰한 뒤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미국 백신개발 책임자가 인사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미국 백신 개발에 관여하는 미 보건복지부(보건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국장이었던 릭 브라이트가 연방기관 감시기구인 특별조사국(OSC)에 이 사실을 내부고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월 말부터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했다”며 “알렉스 아자르 보건부 장관을 포함한 지도부의 반대에 코로나19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주장이 경시돼 개인방역물자(PPE) 등 장비를 비축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대거 들여와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보건부 지도부에 있는 힘 있는 자들이 이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홍보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릭 브라이트 전 미국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 국장. AP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말 FDA는 의사들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심장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병원 밖 처방을 금지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사태 국면을 뒤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했었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이 약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보복성 인사발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부 지도부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의 광범위한 사용을 장려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과학적인 검증을 받지 않은 이 약물들을 유리한 계약을 통해 수익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자신의 복귀와 전면적인 조사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의 변호사들은 “브라이트가 국장 직위에서 축출된 것은 정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연방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