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개’ 설채현 “군산보호소 안락사약 필요할까 두렵다”

입력 2020-05-06 10:59 수정 2020-05-06 11:48
인스타그램 캡처

‘착한 유기견 보호소’로 불리던 군산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유명세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기견을 안락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반려견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EBS 교양 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세나개)’에 출연 중인 설채현 수의사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군산유기동물 보호센터의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알렸다. 공개된 사진에서 유기견들은 다닥다닥 붙어 힘없이 누워있었다.

설 수의사는 “세나개에서 군산 유기견 보호소 촬영에 대해 회의할 때 가장 큰 걱정이 ‘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오히려 반려견을 유기하지 않을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저런 걱정도 했지만 문 앞에 CCTV도 있고 사람들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촬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뒤 설 수의사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한 해 평균 400마리였던 유기동물 수는 지난해 1700여 마리로 늘었다. 최대 3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는 두 배가 넘는 850마리의 유기견이 갇혀 있다. 이에 설 수의사는 “일부 사람들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나빴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포획비를 빌미로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설 수의사는 “유기견과 관련된 예산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포획비”라며 “나쁜 사람들이 이걸 가지고 협박한다. 보호소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유기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설 수의사는 “다 내 탓인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도움 물품들을 가져갔지만 그런 건 지금의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상처에는 작은 반창고조차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어 “다음번 군산에 갈 때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안락사 약을 챙겨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말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