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의 유가족과 나눈 대화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리 측은 “책임 회피가 아닌 평소 해오던 겸손한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6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전날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빈소를 찾았다. 한 유가족이 “이번 기회에 법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의원님이시니까…”라고 하자 그는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에요”고 답했다.
유가족들이 “고위공직자 분들이 오기만 하고 똑같은 의견만 말한다. 대안을 갖고 오지 않는다”고 항의하자 “저의 위치가 이렇다”고 했다. “높은 사람들이 왔다 갈 뿐 구체적 대안을 전해주지 않는다. 이럴 거면 왜 왔느냐”는 유가족들의 불만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일반 조문객이다”고 맞받았다. “사람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응답했다. 이 전 총리는 한 유가족이 “그럼 가라”고 하자 “가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나서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이 전 총리 측은 관련 발언에 대해 “이 전 총리가 책임자에게 전달하겠다고 수차례 유족들에게 말한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화재 사고에 대한 1차 책임자가 아니기에 현 정부 측에 유족의 의견을 전하겠다는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 전 총리가 조용히 조문만 하고 오려던 것인데 (실무진) 실수로 방문 사실이 알려졌고 유족들이 기대했던 내용에 부응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그러나 유족들과 대치하거나 말다툼을 했다는 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야권을 중심으로 이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민생당 정우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전 총리의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며 “이 전 총리가 유가족들에게 대응한 처사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마치 국무총리 재직 시절 야당 의원과의 대정부 질의에서 촌철살인의 논리적 답변을 한 것으로 느껴진다”며 “그동안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한다고 여야 유력 인사들이 유가족들을 희망고문 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조문이 정치인들의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 전 총리는 너무너무 맞는 말을 너무너무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하셨다”면서도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을까?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직전 총리이자, 4선 국회의원, 전직 전남도지사,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차기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