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섭취를 강요하는 등 엽기적 훈련으로 논란에 휩싸인 서울 시내 교회의 피해 신도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에 나섰다.
피해 제보자 24명은 5일 오후 서울 소재 한 교회 예배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아직 안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신도들을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보자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이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제보자들은 “당시 훈련에서 겪었던 일들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입을 열었다. 한 신도는 “그 당시 리더가 인분을 먹는 것을 많이 권장했다”며 “모임 때 인분을 먹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나도 먹어야 된다’는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별 리더가 내게 인분을 먹으라고 지시했고, 당시 바로 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계획표를 올린 뒤 리더의 승인을 받고 인분 먹는 영상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리더가 되고 싶어서 거의 미친 상태였고, 그때는 그게 올바르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세뇌의 극치였다”면서 “‘어떻게 내가 인분을 먹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세뇌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다른 제보자도 자신이 속한 조의 남성들과 자정에 공동묘지를 찾아 서로 돌아가면서 매를 맞고 때리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 트레이닝 코스 중에 ‘매 맞음 훈련코스’라는 것이 있는데 남성 신도들에게는 필수과목”이라며 “팀원 3명과 자정에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에 가서 중앙에 있는 나무에 1명씩 매달고 돌아가면서 벨트로 13대씩 총 39대를 때리고 맞았다”고 했다.
아울러 “매 맞음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장소 등에 대한 조별리더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처음에는 한 창고에 갇힌 뒤 거기서 서로 13대씩을 때리는 훈련을 하겠다고 했지만 리더가 승인을 안 해줬다”고 말했다. 이후 팀장이 먼저 망우리 공동묘지에 가서 훈련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팀원들의 동의와 조별리더의 승인을 거쳐 훈련이 이뤄졌다고 한다.
여성 신도들은 매 맞음 훈련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트랜스젠더바를 돌면서 억지로 복음 내용을 전하고 다녔다. 이들이 지난해 2월 작성했던 ‘고린도 후서 6장 훈련 평가표’에는 “처음 간 곳에서 강력한 밀침을 당했고, 마지막에 간 곳에서는 욕설을 듣고, 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고 적혀있다.
한 신도가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을 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교회 내 한의사를 부르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교회의 리더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10부장, 30부장, 50부장, 100부장 등의 계급으로 분류된다. 교회의 김모 목사는 ‘톱리더’라 불리는 절대적인 권위자이며 목사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이 그의 최측근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하나님의 피조물을 자신의 지배 아래 복속시키려는 그릇된 종교인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24명의 고발인들이 모였다”며 “종교는 이제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회 사건은 서울북부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돼 지난달 1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수사지휘가 내려진 상황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