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강간했냐” 손정우 父, 국민청원·탄원서 제출

입력 2020-05-06 10:23

엇나간 부정이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가 국내에서 징역형을 마쳤다.

하지만 미국이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한국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이에 손정우의 아버지 손모(54)씨가 청와대와 법원에 한국에서 처벌을 받도록 미국 송환을 거부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손정우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죄를 한국에서 받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손씨는 아들의 범죄를 ‘용돈 벌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빠인 입장에서 아들을 사지인 미국으로 어떻게 보내겠냐”며 “미국에서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로 재판을 받는다면 100년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을 몰랐을 거다. 강도·살인·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손씨는 이날 범죄인 인도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에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탄원서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에서의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100년 이상이다. 뻔한 사실인데 어떻게 사지의 나라로 보낼 수 있겠나”라며 “부디 자금세탁 등을 (한국) 검찰에서 기소해 한국에서 중형을 받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범죄자의 부모가 자식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청원과 탄원서를 올린 것을 두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반성과 사죄 없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지적이다.

손정우씨는 2015년 7월~2018년 3월 다크웹(Dark Web)에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성 착취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아 지난달 27일 형기를 마쳤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배심에 의해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는 돈세탁 혐의만 심사 대상에 오른다. 손씨의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은 오는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 심리로 진행된다.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캡처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