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건너가나…보험청구 간소화도, 착오송금 구제도

입력 2020-05-06 09:27 수정 2020-05-06 14:03

‘착오송금한 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주세요.’ ‘계좌이체 실수로 전 재산을 날리게 됐어요ㅜㅜ 도와주십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내용들이다. 잘못 이체한 돈을 돌려받기 쉽도록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다. 인터넷·모바일 금융거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착오송금 반환 청구건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착오송금 구제방안을 담은 관련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저물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와 직결되는 주요 법안들도 ‘자동 폐기’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 오는 29일 폐원을 앞두고 주요 법안들이 이번 회기내 통과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폐기 법안들은 21대 국회 때 다시 발의될 수 있지만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착오송금 구제법안(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착오송금 수취인으로부터 자진 반환을 안내·유도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수취인으로부터 돈을 회수한 뒤 송금인에게 돌려주는 ‘선회수 후지급’ 방식이 적용된다. 필요시에는 예보가 지급명령이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인의 실수로 빚어진 피해를 정부가 구제해주는게 맞느냐’를 두고 찬반이 갈린 탓이다.


이에 대해 예보 측은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6일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착오송금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엔 비대면 거래가 더 늘고 있어서 착오송금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 편의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 착오송금 반환 청구 건수는 약 47만729건으로 집계됐다. 돌려받지 못한 건수는 25만6349건(54.5%)이었다. 반환 청구 금액은 1조922억원인데,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5440억원으로 거의 절반(49.8%)에 달했다.

10년 넘게 ‘뜨거운 감자’였던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안(보험업법 개정안)도 사실상 회기를 넘기게 됐다. 가입자가 3400만명이 넘는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개정안은 전국의 모든 병원과 보험회사를 전산망으로 연결해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 제도에서 실손보험 보험료를 받으려면 소비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비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의료계가 “보험사가 건강 정보를 악용할 수 있고, 새로운 규제로 의료계를 옥죌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밖에 의료자문 실명제 도입법안(보험업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별도로 진행하던 의료자문위원의 성명, 소속기관, 의료자문 결과를 공개토록 했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지급받아야 될 암 보험금이 주치의 의견과 상반되는 의료자문 결과 때문에 미지급되는 사례가 이어진 데 따른 대안이다. 한 보험사의 경우, 1년 동안 특정 의사로부터 1000건에 달하는 의료자문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의 경우, 금융투자 전문 프로그램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금융투자 전문 방송프로그램에서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