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 세포만이 아니라 장(腸) 세포도 감염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이용하는 숙주세포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 수용체가 폐 세포만 아니라 장 세포에서도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ACE2 수용체를 이용해 장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네덜란드 후브레흐트 연구소(Hubrecht Institute)와 에라스뮈스대학 메디컬센터 마스트리흐트대학 연구팀은 인간의 장 오가노이드(organoid)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6일 보고했다. 오가노이드 실험은 인간의 실제 장기와 같은 구조, 세포 구성, 기능을 가진 세포의 작은 덩어리를 이용한 실험이다. 이 연구는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실험은 장 내막 세포를 지니고 있는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며 이뤄졌다. 바이러스는 장 오가노이드를 제빨리 감염하며 장 내막 세포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며 감염된 내막 세포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또 장 내막 세포 유전자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자 바이러스에 저항을 지닌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SG, Interferon-stimulated genes)를 활성화시켰다.
또 ACE2 수용체가 많거나 적거나 바이러스는 장 내막세포를 감염시켰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장관 세포 안에서도 증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에라스뮈스대학의 바르트 하그만스 바이러스학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는 기침 고열 근육통 등 코로나19 감염의 전형적인 증상 외에도 설사와 구토 등 소화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의가 있다. 이들에게서 코와 목구멍을 통한 검체 채취와 함께 직장 면봉검사와 분변 샘플 채취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바르트 교수는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