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 말어?”…‘감염율 80%’ 美교도소 죄수 석방 딜레마

입력 2020-05-06 00:26 수정 2020-05-06 09:47
미국 최대 규모인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의 창문에 "살려주세요 우리도 생명입니다" 라고 적혀 있다. 이 시설에서는 수감자와 교도관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번지고 있다. 방콕포스트 캡처

미국 전역의 교도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적정 수용인원을 넘어선 죄수를 받아들인 데다 위생상태도 열악해 바이러스가 재소자, 교도관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

방콕포스트의 3일(현지시각)보도에 따르면 최악의 사례인 오하이오 주의 마리온 교도소는 약 2500명의 수감자 중 201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무려 80%의 감염율을 보였다. 그들을 관리하던 175명의 교도소 직원들도 양성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교도소의 수감자가 적정 인원인 1655명을 한참 초과했다며 “균을 배양하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에만 3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로스앤젤레스 주의 터미널 아일랜드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1050명 중 약 60%가 양성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카바잘 교도소 국장은 검사 물자가 부족한데다 “교도소 문을 닫을 수도 없거니와 언제, 어떤 사람이 우리 교도소로 보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미국 전역의 교도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늘고 있지만 죄수들은 감방에서 여전히 적절한 거리를 두지 못한 채 빽빽하게 앉아있고 의료진과 위생장비도 부족하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2013년 2월 26일 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캘리포니아 주립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운동장을 거닐고 있다. AP 뉴시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교도소 직원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캔자스에 근무하던 15년 경력의 교도관 데이비드 카터는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 위태로울 바에야 직장을 포기하겠다며 지난달 30일 사임했다. 그는 사직서에 “시한폭탄이 터질 듯 위험한 이 교도소와 얽히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마리온 교도소의 교도관인 브라이언 밀러는 “직원 감염자도 많아서, 시설을 청소하고 수감자를 관리할 인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이 교도소에서 돌파구는 없는 것 같다”면서 “한마디로 이곳은 지옥”이라고 절망했다.

현재 미국의 교도소들은 연방·주·지방 정부 등 운영주체가 뒤죽박죽이며, 상당수는 영리 목적의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확진 검사 및 감염사례 파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형사 판결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 모임인 코비드프로즌데이터가 공개된 보고서들을 종합한 결과 미 전역에서 1만3436명의 수감자와 5312명의 교정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상당수의 주·연방 교도소들은 극히 소수만 확진 검사했고, 5개 주는 심지어 관련 기록조차 없는 상황인데도 파악된 숫자이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코로나 감염위험이 높은 시설 10곳 중 8곳은 교도소였고, 그중 1위는 마리온 교도소가 꼽혔다.

방콕포스트는 “교도소는 감염 피해가 컸던 요양원과 유람선보다도 사람이 빽빽하고 사람 간에 거리를 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도소와 수감자들의 위생 수준은 낮은데다 방역 당국도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일부 수감자들을 풀어줘서 교도소 과밀문제를 해소할 것을 주장한다. 교도소 대변단체들은 비폭력적이거나 형기가 끝나가는 죄수들을 석방해야 하며, 그래야 사회적 거리를 두어 감염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석방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풀려난 죄수의 재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석방된 지 하루만에 살인을 저지른 조지프 에드워드 윌리엄스(26). 연합뉴스

지난 3월 18일 가석방된 조지프 에드워드 윌리엄스는 풀려난지 하루 만에 총기 살인과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힐즈버러 카운티 교도소에서 석방된 수감자 164명 중 한명이었다.

지난달 13일 리커스섬 교도소에서 풀려난 죄수 다니엘 바르카스(29)는 장애인의 팔을 부러뜨리고 금품을 빼앗았다. 그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뉴욕 교정당국이 가석방한 1000명의 죄수 중 하나였다고 뉴스매체인 Breaking911이 보도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