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안 들면 팔아버린다”…필리핀 두테르테의 언론탄압

입력 2020-05-05 21:06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필리핀 최대 방송사가 방송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통신위원회는 5일 국내 최대 방송사인 ABS-CBN에 TV와 라디오 방송을 모두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해당 방송사가 의회에 제출한 방송사업권 갱신 요청이 통과되지 않아 25년간의 사업허가 기간이 4일 부로 만료됐다는 이유에서다.

필리핀에서는 의회가 방송 사업권 허가와 갱신 등 권한을 갖는데, 필리핀의 상·하원은 지난해 5월 중간선거 결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점령한 상황이다.

이전부터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펼치는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ABS-CBN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사업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해왔다.

지난해 12월 연설에서는 “ABS-CBN 계약이 끝날 예정”이라며 “내 기분대로 팔아버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호세 칼리다 법무차관이 “ABS-CBN은 외국인 투자를 받아 외국인의 언론사 소유를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했다”며 대법원에 방송 사업권 취소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앞서 2018년에도 외국인 투자를 이유로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온라인 매체 래플러의 등록을 취소했고, 래플러 측의 이의 제기로 현재는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