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국회 의원회관 2층 지붕에서 농성

입력 2020-05-05 19:51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가 5일 국회 의원회관 2층 정문현관 지붕에서 20대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 등을 위한 과거사법 처리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앞에서 2년 넘게 천막 농성을 벌여온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최승우(51)씨가 5일 진상 규명과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영등포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출입구에 있는 약 10m 높이의 현관 지붕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최씨는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20대 국회는 책임지고 과거사법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현수막을 지붕 아래로 펼쳤다.

소방당국은 추락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 의원회관 입구에 에어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구급대를 대기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인화물질을 소지하지는 않았고 자해 등 소동을 벌이지도 않았다”며 “소방당국에서 매트도 깔아뒀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정리법) 통과를 촉구해왔다. 과거사정리법은 지난해 9년 만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했지만 20대 국회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지붕에 올라 24일간 단식 농성을 벌이다가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형제복지원이 3000여명의 장애인,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시킨 사건이다. 이 시설이 운영된 12년간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이른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