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무관중에도 열기는 그대로였던 광주 개막전

입력 2020-05-05 18:54
KIA 타이거즈 팬들이 KIA챔피언스필드 외야 바깥 철 기둥 뒤에 모여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하는 KIA 선수들을 응원하는 가운데 한 어린이가 벤치에 앉아있다.

프로야구에서 사상 첫 무관중 정규경기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개막이 지연되면서 경기가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팬들에겐 기쁜 소식이다. 인기 구단 KIA 타이거즈가 위치한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경기장을 찾은 팬들부터 ‘영상 응원’에 참여한 팬들까지 하나같이 설렘을 드러냈다.

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외야 너머엔 20여명의 팬들이 경기 시작 1시간도 더 전부터 몰려들었다.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렸지만 분위기는 사실상 관중 있는 채로 치러진 셈이다. 광주구장은 개방된 구장 특성상 검은색 철 기둥을 사이에 두고 야구를 지켜볼 수 있다. 팬들은 삼삼오오 모여 “KBO 넘버원 투수 양현종 화이팅”이라거나 “나지완 올해는 훨훨 날아보자” 같은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들과 함께 KIA챔피언스필드에 방문한 KIA 팬 정경채(왼쪽)씨와 양현종 유니폼을 입은 아들.

아들 정찬우(12)군과 함께 몸 푸는 선수들을 지켜보던 정경채(47)씨는 “어린이날이라 놀이동산에 가자고 하니 2년 전부터 KIA 팬이 된 아들이 싫다고 했다”며 “개막이 늦춰지는 동안 아들이 유튜브를 보며 응원가까지 연습했는데 이렇게 멀리서나마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 군도 “관중석에 있는 것처럼 응원하겠다”며 즐거워했다.

야구를 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온 팬도 있었다. 간이의자에 앉아서 야구를 보던 공무원 안성빈(39)씨는 “개막이 늦어져 오늘 경기가 너무 기대돼 아침부터 전주에서 출발했다”며 “김제에서 온 친구와 먹기 위해 피자, 맥주, 과자를 사왔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모두 챙겨 목포에서 온 고등학생 김찬희(19)군은 연습경기 전경기를 모두 외야 밖에서 관람했을 정도로 열성팬이다. 그는 “학교 개학이 연기돼 수능 치르는 건 걱정된다”면서도 “KIA 응원단장이 꿈인데 야구가 열려 그래도 다행”이라고 밝혔다.

경기장 밖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피자+맥주를 먹으며 경기를 즐기고 있는 KIA 팬들의 모습.

KIA 응원단장이 꿈인 고3 학생이 양현종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경기 시작 후엔 외야 밖 전체를 수십명의 팬들이 가득 채웠다. 팬들은 치어리더들의 응원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했다. 4회말 KIA 1사 1루 상황에서 뜻밖의 일도 벌어졌다. 경기장 우측 바깥 건물에서 화재가 나 매캐한 연기가 경기장 안까지 들어온 것. 중계 화면이 흐려지고 관중석에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결국 약 20분간 경기는 중단돼야 했다. 하지만 화재도 팬들의 열기를 꺾진 못했다. 수십명의 팬들은 KIA가 키움에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아 열띤 응원을 보냈다.

경기장 밖 화재로 잠시 중단된 KIA챔피언스필드의 모습.

경기장엔 KIA 팬들의 ‘영상 응원’도 함께했다. KIA는 ‘집관’(집에서 관람)하는 팬들이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찍어 응원 문구와 함께 구단 공식 메신저로 보내면 이를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띄워 ‘직관’의 분위기를 살렸다.

경기장 주변에서 야구 팬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광주 시민들도 반색하긴 마찬가지였다. KIA챔피언스필드 근처에서 숙박업을 하는 KIA 팬 이슬비(35)씨는 “원래 이 때 쯤엔 인기 구단의 원정 팬들이 경기 전날부터 와서 묵어 숙소가 붐볐다. 양현종이 등판하는 중요 경기엔 더 그랬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뜸했는데 무관중이라도 경기가 시작되니 다행이고 팬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광주=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