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군집형 지진’ 원인은?… ‘단층 재활성화’에 무게

입력 2020-05-06 08:00
4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화원면에서 기상청 관계자들이 이동식 지진 관측소를 설치하고 있다. 기상청은 40년 넘게 한 번도 지진이 나지 않았던 해남에서 지난 9일간 54차례 지진이 잇따르자 임시 관측망을 설치하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전남 해남 지역 지진 원인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활성 단층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상청은 추가 임시 관측소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규모의 지진이 올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면서도 조선시대 기록을 토대로 지금까지 휴면 상태였던 단층이 재활성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26일부터 5일 오전까지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점의 간척지 인근에서 지진이 총 61회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지진을 통보하는 기준인 규모 2.0 이상의 지진도 4회 이상 감지됐다. 이 지역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 아니었지만 국내에서 3번째로 ‘군집형(群集型) 지진’이 관측됐다. 군집형 지진은 한 지역에서 불규칙한 간격으로 지진이 연속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에 보고된 군집형 지진은 지금까지 총 2번 있었다. 충남 보령에서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9월까지 98회 연속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4월부터 10월까지 인천 백령도에서 102차례 연속으로 지진이 관측됐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서 군집형 지진이 관측된 곳에서는 모두 활성화된 단층이 있었다”며 “해남 지역에서 활성화된 단층이 있는지는 관측을 통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진이 일어난 전남 해남의 지역의 지도. 빨간색 별로 표시된 곳이 500여년 전 진도 4와 6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이다. 지진학자들은 이 기록을 토대로 이 지역의 단층이 재활성화됐다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부산대 제공

전문가들은 과거 기록을 통해 단층이 재활성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간한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는 1436년 2월 8일 전라도 해진과 강진현에 진도 4, 5월 29일 진도 6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록돼 있다. 해진은 현재 해남과 진도를 합친 이름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지점과 비슷한 지역으로 추측된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조선시대에도 큰 지진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중앙에 보고가 됐고, 피해의 정도 등을 기록했다”면서 “500여년 간격을 두고 지진 발생 보고가 겹친다는 것은 이 지역에 단층이 있고 긴 기간을 두고 활성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손문 교수 역시 “일반적으로 지진은 작은 지진 뒤에 큰 지진이 온 뒤 여진이 이어지는데, 해남의 경우에는 작은 지진이 다발로 일어나고는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학계 일부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 간척지라는 점과 인근에 ‘광주단층’이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당국은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우 전문분석관은 “진앙지가 깊은 곳에 위치해 간척 사업의 영향은 낮고, 광주단층 역시 20~30㎞ 먼 곳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 4일 대책회의를 소집해 현재 해남 지역에 4곳의 임시 관측망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부산대 역시 비슷한 지역에 지진계 8개를 설치하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황윤태 정우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