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크레인 충돌사고도 ‘인재(人災)’ 잠정 결론

입력 2020-05-05 15:00 수정 2020-05-05 16:49

지난달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컨테이너 운반선의 육상크레인 충돌 사고는 ‘무리한 운항’이 불러온 ‘인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박 프로펠러가 수면 위로 상당 부분 노출된 상태에서 접안을 시도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유사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도선 및 예선 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중해심)은 5일 부산신항에서 지난달 6일 발생한 15만t급 컨테이너운반선(밀라노브릿지)과 육상크레인 간 충돌사고 원인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로 부산신항 2부두 8번 선석에 위치한 육상크레인 1기가 완파되고 3기가 부분 파손됐다. 또 사고 선박이 크레인 및 접안 선박과 접촉하면서 선미부와 좌현 외판 일부가 손상된 바 있다.

중해심은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조사부를 구성하고 도선사와 선장 등에 대한 면담조사, 선박 블랙박스(항해기록저장장치) 분석, 선박·항만 CCTV 자료 확인, 목격자 진술 확보 등의 현장조사를 실시해왔다. 선박운항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공선상태에서 선박 운항성능이 제대로 나오는지 과학적인 분석기법도 적용했다.

조사결과 사고 선박은 프로펠러가 상당 부분 수면 위로 노출되어 조종성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발생했다. 사고 선박은 화물이 적재되지 않은 공선상태에서 선박평형수를 충분히 채워 넣지 않아 프로펠러의 약 3분의1 가량이 수면 위로 노출된 상태였던 것이다. 여기에다 부산신항 2부두에 접안하기 위해 통상 6노트로 속력으로 이동해야하는데, 사고 선박은 약 8노트로 이동하며 우선회를 하다 육상 크레인과 충돌했다.

선박 운항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프로펠러가 100% 수면 아래로 잠긴 상태에서 운항했을 경우 선박 조종성능이 향상되어 사고 회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속력이 낮았다면 부두에 접근하기 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중해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박이 화물을 싣지 않은 공선상태에서는 선박평형수를 채워 운항해 조정성능을 유지한다. 그러나 사고 선박은 당시 중국 조선소에서 수리·검사를 마친 후 선박평형수가 10%만 채워진 공선상태로 부산신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중해심은 유사 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프로펠러가 노출될 정도의 흘수(배가 물에 잠겨있는 부분의 깊이)가 낮은 선박이나 초대형선 입출항 시 도선 및 예선 운영 방침도 개선할 예정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