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피아노 콩쿠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년 연기를 결정했다. 4월 열릴 예정이던 예선을 9월로 한차례 늦췄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자 결국 본선까지 미룬 것이다. 이뿐 아니라 유럽 각지의 주요 콩쿠르들의 취소·연기도 줄줄이 이어지면서,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한국 클래식 유망주들의 세계 진출도 제동이 걸렸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폴란드 문화부는 올해 10월 2~23일 열릴 예정이던 제18회 쇼팽 콩쿠르를 내년 같은 시기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쇼팽을 기려 1927년 처음 시작된 쇼팽 콩쿠르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통한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등이 이 대회를 거쳐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표트르 글린스키 폴란드 문화부 장관은 “쇼팽 콩쿠르 연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해 가을까지 집회가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청중 없는 경쟁이 의미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콩쿠르는 클래식 세계의 변방으로 여겨져 온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디딤돌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가령 2015년 10월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성악가 홍혜란 황수미 등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쌓았다. 속속 발표되는 콩쿠르 연기 소식에 국내 클래식 연주자들과 애호가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올해 쇼팽 콩쿠르에도 ‘차기 조성진’을 꿈꾸는 국내 피아노 유망주 16명이 예선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브레이크가 걸렸다. 센다이 국제 콩쿠르 우승자 최형록,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이혁, 지나 박하우어 콩쿠르 우승자 신창용,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자 박진형 등 33개국에서 모인 피아니스트 164명의 예선은 내년 초쯤에 치러질 전망이다.
퀸 엘리자베스 피아노 콩쿠르도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5월 개최를 취소한 뒤 고심에 들어갔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피아노만 다루는 쇼팽 콩쿠르와 달리 바이올린·피아노·작곡·성악 등 4개 부문을 매년 돌아가며 개최한다. 바이올린 부문 강동석(1976년·3위)을 시작으로 배익환·김수연(바이올린), 이미주·백혜선·박종화·임효선·김태형·김다솔(피아노), 조은화·전민재(작곡) 등 꾸준히 국내 입상자가 배출됐었으며, 피아노 부문이 열리는 올해는 74명의 경연자 중 홍민수 김홍기 김혜림 이혁 등 17명의 국내 피아니스트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현재 콩쿠르가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다. 다행히 4년 주기로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만큼은 지난해 열렸기에 비교적 코로나19 영향권에는 떨어져 있다.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다른 콩쿠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의 박연민 김민규가 준결승에 올라간 네덜란드 프란츠 리스트 피아노 콩쿠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를 3월에서 다음 달 28일로 미뤘지만 현재로서는 불안한 상황이다. 또 김도현 이택기 신창용 등 6명의 피아니스트가 본선에 오른 아트루트 루빈스타인 피아노 콩쿠르도 5월 개최를 취소하고 일정 논의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기존 콩쿠르들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유튜브 경선까지 등장했다. 현악 부문 최고 권위의 미국 어빙클라인 국제현악콩쿠르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다음 달 6~7일 열리는 결선을 연기하는 대신 유튜브로 진행하기로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심동영이 이 대회 결선에 올라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