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4·15 총선에 불출마한 배경에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조언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변인은 5일 페이스북에 ‘임종석의 피 한 방울’이라는 글을 올리고 지난해 10월 30일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조문을 위해 부산을 방문했던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박 전 대변인은 “조용한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을 하지 못했고 우리는 다음 날 장례미사를 먼발치에서라도 지켜볼 요량으로 하루를 부산에서 묵기로 했다”며 “그날 밤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주제들로 밤새도록 이어졌고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내가 불쑥 임 전 실장에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했다.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에게 언론이 4·15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용퇴’와 ‘청와대 출신의 과다 출마’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이 이 두 프레임에 모두 해당하는 대표 주자라는 점을 거론한 뒤 “지금 내려놓는 것이 소명에 충실할 뿐 아니라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고맙다”며 “저도 고민하는 게 있는데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 전 실장은 11월 17일 “제도권 정치를 떠나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며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로 해석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후 박 전 대변인에게 전화해 “형, 저 잘했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이 4·15 총선에 불출마한 것에 대해 “그의 결단으로 586도 청와대 참모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그들의 길을 갈 수 있었고, 21대 국회에 19명의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원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변인은 이어 “나는 임 전 실장이 말한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것은 총선 불출마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치의 영역은 넓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이 남긴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글을 정계 은퇴로 해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