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GP 총격’ 무기는 장성택 처형 때 사용한 ‘고사총’

입력 2020-05-04 21:11

북한군이 지난 3일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총격할 때 사용한 무기는 14.5㎜ 고사총(사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4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북한군이 우리 측 GP를 향해 쏜 것은 한 번 당기면 3∼4발씩 연발되는 기관총 종류”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은 GP에 14.5㎜ 고사총과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번에 총격을 당한 GP 근처에서 발견된 총탄은 14.5㎜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의 국방위 보고 내용을 보면 북한이 사용한 화기는 고사총으로 보인다. 고사총은 북한이 전투기나 헬기 등을 공격하는 대공 화기다. 중기관총 4개를 한데 묶어 4발의 총탄이 한꺼번에 나간다. 고사총은 2013년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할 때, 2015년 4월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할 때 사용됐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3일 오전 9시35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전통문을 보냈다. 이 전통문을 통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상황의 심각함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관련 입장도 표명해 달라고 얘기했으며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된다는 점도 촉구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GP 총격에 대해 저자세로 대응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해명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브리핑에서는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설명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냈다”고만 언급했지 ‘항의했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긴장 상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로 키’로 대응하다 오히려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고 했다.

군 당국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 군의 대응 수위는 낮지 않았다. 북측이 4발 가량을 쏜 데 대해 20여발로 보복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르면 양측은 상대방에 대해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 조치’ 5단계로 대응하게 돼 있다. 우리 군은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사격을 먼저 한 뒤 방송을 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GP에 인력을 파견,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유엔사는 당시 상황과 우리 군의 대응 등을 조사해 정전협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북한은 여전히 우리 군의 전통문에 답신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남조선은 얼마전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외세와 작당하는 범죄적 망동부터 걷어치워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