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가량 강원도 원산 등 동해안에 머물 당시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 SUV인 LX 570을 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량은 최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 행사 당시 김 위원장 뒤편에 주차됐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등 외교행사 때는 벤츠의 최고급 세단 차량인 S600 풀만가드를, 내부 현장시찰 등 이동할 때는 SUV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4일 “김 위원장은 이동시 렉서스 SUV나 벤츠 S600 풀만가드 등 여러 대의 차량을 번갈아가며 이용한다”며 “한·미 정보당국에 노출되는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종류의 차량만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20일 가까이 동해안 일대에서 머물면서 LX 570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 차량을 타고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함경남도 군부대·군수공장 등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원산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이동한 뒤 LX 570을 타고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2일 공개한 김 위원장 영상을 보면 LX 570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수차례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남다른 SUV 사랑은 북한 기후·도로 상황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SUV는 높은 곳과 험한 지형을 주행하는 데 유리하도록 설계됐다. 눈도 자주 내리고 도로 사정도 열악한 북한 상황을 감안하면 SUV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그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도 SUV를 타고 백두산 천지를 올랐다.
김 위원장이 평양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할 때 SUV를 활용한다는 점은 북한 매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서해전선 창린도 방어부대와 양덕온천문화휴양지를 방문할 때도 김 위원장은 검은색 렉서스 SUV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주요 외교행사 때는 벤츠 S600 풀만가드를, 내부행사에는 SUV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