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이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취득해 1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신라젠 전직 임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4일 이용한(56) 전 신라젠 대표이사와 곽병학(56) 전 감사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해 8월 신라젠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여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금 납입 없이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BW를 취득해 19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신약개발 관련 특허권을 고가에 매입해 회사에 29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이 전 대표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신라젠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곽 전 감사는 2012~2016년 감사와 사내이사를 맡았다. 곽 전 감사의 경우 문은상(55) 현 신라젠 대표이사와 친인척 관계에 있다.
2016년 12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한 신라젠은 항임치료제 ‘펙사벡’ 개발 기대감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장 당시 주가는 1만원대였지만 2017년 11월 “펙사벡이 신장암에 반응을 보였다”는 신라젠 연구소 관계자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주가는 1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9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신라젠은 지난해 8월 임상 중단 결과가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했다. 금융권은 신라젠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둔 시세차익이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곽 전 감사와 문 대표 등은 상장 이후 펙사벡 임상 중단 공시가 이뤄지기 전까지 2515억원(292만765주)어치의 지분을 매도했다.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가 구속기소되면서 문 대표의 신병 처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표도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지분을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문 대표 자택과 신라젠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여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