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만개가 넘는 편의점이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들며 소매유통서비스를 넘어 ‘생활편의서비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편의점은 식음료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택배, 세탁, 금융, 보험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생활 전 영역에 걸친 분야로 그 영향력을 점차 넓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각 편의점에서 시행 중인 서비스의 종류는 모두 15가지가 넘는다. 택배와 ATM 서비스는 자리 잡은지 오래고, 비행기표 결제와 짐 보관하기, 세탁, 전기차 충전, 보험 가입도 편의점에서 할 수 있다. 각자의 영역으로 흩어져있던 서비스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곳으로 모이는 모양새다. CU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에 오면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BIG2 중 하나로 통하는 CU는 비행기표 결제 서비스와 중고폰 수거 서비스, 짐 보관 서비스, 세탁 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다. CU가 가장 최근 시작한 서비스는 짐 보관 서비스다. 지난달 초 짐 보관 전문 애플리케이션(앱) ‘마타주’와 협력해 시작했다. CU 관계자는 “마타주는 고객들 반응이 좋아 서비스를 더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세탁 스타트업 ‘오드리세탁소’와 손잡고 시작한 세탁 수거·배달 서비스도 반응이 좋다. 오드리세탁소 모바일 웹페이지에 수거 예약을 한 후 CU 점포 내 택배 접수 기기인 CU post를 이용해 접수하면 세탁 공정을 거친 뒤 1~2일 내로 지정한 주소로 배송이 된다. 세탁소의 영업시간에 맞춰 방문시간을 잡기 어려운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서비스인 탓에 꾸준히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CU 측은 설명했다.
GS25도 적극적으로 생활편의서비스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GS25는 금융과의 연결고리를 은행에서 증권사까지 뻗쳤다. 최근 ‘동학개미’라 불리며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증권사 고객을 잡기 위해 최근 2개의 증권사(NH투자증권, 삼성증권)와 추가로 MOU를 맺었다. 또 GS25는 차량용품 구매시 차량홈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자가용 이용자가 늘고 위생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차량용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전문가가 차량용품을 설치하고 차량 내부 환경까지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외에도 GS25는 고객이 GS25 점포에서 택배 발송을 접수하고 수령자가 점포에서 택배를 찾아가는 ‘반값택배’ 서비스와 업계 최초로 선보인 냉장 택배 보관함 ‘BOX25’, 전기차 급속 충전 플랫폼, 전동 킥보드 배터리 충전 및 주차 스테이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손잡고 반려동물 보험 상품인 ‘하이펫 애견보험’도 지난 3월 단독 출시해 판매 중이다.
GS25가 스타트업 ‘리화이트’와 손잡고 2017년 시작한 지역 상생 세탁물 접수 서비스는 지난해 6~12월 월평균 150% 이상의 신장률을 보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역 세탁소 사장님 얘기를 들어보니 (서비스 개시 후) 기존 대비 세탁물량이 10배 정도 늘었다고 하더라”며 “편의점에서 24시간 수거 서비스를 대행하니 손님들 만족도가 높고, 세탁소 사장님들의 매출에도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다. 모두가 윈-윈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븐일레븐은 구매한 상품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필두로 반품 서비스 대행, 해외서류 배송 서비스, 무인물품보관함 ‘세븐락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등과 금융서비스 MOU를 체결하고 다양하고 편리한 오프라인 금융서비스도 제공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따로 시간을 내 특정 장소에 방문하기 힘든 현대인들의 필요를 읽어낸 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소비자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라스트오더’ 서비스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라스트오더는 도시락, 삼각김밥, 김밥, 유음료 등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330여개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기한 임박상품 거래 서비스다. 지난 3월까지 출시 50여일간 라스트오더 누적 판매량이 14만여개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더욱 밀착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완전한 생활편의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고 세탁물을 맡기는 건 옛날이라면 상상도 못했겠지만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상이 돼버렸다”며 “편의점이 고객의 쇼핑 주채널로 성장했기 때문에 편의점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들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