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변을 둘러싼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과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의 ‘가짜뉴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개원 전인 21대 국회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핵심은 국회 정보위다. 여당에선 벌써부터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은 절대 정보위나 국방위에 들어가지 말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정보위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사항을 다루는 민감한 상임위다. 하지만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 활동을 규정한 의사규칙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보위도 일정 수준의 규칙 또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 등이 비공개로 현안을 보고하는 등 민감한 정보가 오간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는 정보위원들의 적절한 정보 관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보위가 혼선을 부추기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 정보위는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내놓아 논란을 자초한 경우가 많았다. 정보위가 ‘가짜뉴스 공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민기 이은재 의원이 “김 위원장이 12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정해놓은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회담 개최 확정 보도가 쏟아지는 등 일대 소란이 일었다. 이후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추가 브리핑에서 “합리적인 추론일 뿐 서훈 국정원장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보위 여야 간사 브리핑을 위원장이 바로잡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정보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간사 이 의원이 “국정원이 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가 정정했다.
여야 정보위 간사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진 사례도 있다. 2018년 10월 국정원 국정감사에선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발언에 서훈 국정원장이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말이 나왔고, 이를 다시 정정하는 브리핑도 있었다.
이런 혼선은 별도 규칙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독일 영국 등은 정보사항의 중요성을 인식, 정보위원회에 대한 구체적 법규를 두고 있다.
미국은 의회 상임정보특별위원회에 의사규칙(Rules of Procedure)을 만들어 증언 청취, 조사, 기밀 논의 제한, 기밀 취급·절차, 징계 등 사항을 상세하게 정해놨다. 규칙은 대통령이 상원 정보위원장과 부위원장, 하원 정보위원장과 간사 및 상·하원 의장 등에만 정보기관 활동 정보를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정보 제공 범위를 명확하게 해 책임도 지도록 한 것이다.
독일은 의회에 정보기관을 통제하는 의회통제위원회가 헌법과 의회통제위원회법을 근거로 설치돼 있다. 구체적인 법률과 규칙으로 위원 구성은 물론 정보 통제 권한을 명확하게 했다.
영국은 정보위원회가 의회가 아닌 총리실 산하에 있다. 정보위원은 총리가 지명하는 9명의 상·하원 의원으로 구성된다. 총리는 상·하원이 추천한 의원을 검토한 후 야당 원내대표와 상의해 정보위원을 지명한다. 최고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선임부터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도 국회법에 의장이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로부터 추천을 받아 정보위원을 선임하게 돼 있다.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도 정보위원을 맡게 돼 있다. 그러나 정보위원 선임 때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대 국회 정보위발 혼란도 여야 간사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일 “국회가 정보위 규칙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건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정보위 규칙을 제정해 정보기관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민주적 통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