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반등 쉽지 않다”…V자 회복 어려움 공식화한 정부

입력 2020-05-04 17:32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한국 경제가 빠른 시일 내로 ‘반등세’에 접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정부가 공식화했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성공적으로 함으로써 하반기에 경기 상승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일각의 ‘V자 회복론’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부인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김용범 1차관은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과거 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공급·수요 충격, 실물·금융 부문 타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위기”라며 “전 세계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돼 한국 경제도 즉각 반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충격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희망적 의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차관은 “일시적 소강상태는 시작의 끝일 뿐 진정한 끝의 시작으로 보기 어렵다”며 “실물경제 침체나 실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 시작”이라고도 했다.

김 차관은 “세계 경제가 깊지만 짧은 침체 후 반등할 것이라는 견해와 ‘더 강력한 대공황(Greater Depression)’의 서막이 올랐다는 비관론이 공존할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2분기를 ‘저점’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의 전망은 한국 경제가 2분기에 저점을 찍고도 쉽게 회복 되는 것이 아닌 침체가 장기화하는 ‘L자형’ 전망 가능성에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관론은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유럽 등의 코로나19 확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결국 홀로 경기 반등세에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유가’와 ‘미·중 무역갈등’도 복병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산유국들의 경상수지·재정수지 악화, 오일 기업들의 파산을 야기하고 결국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두고 갈등하다 무역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김 차관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해외에 진출한 제조업체들이 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유리한 배경이 됐던 세계 자유무역 기조가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자리 지키기와 규제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일시적으로 적용 유예하는 등 적극적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하다”며 “3차 추가경정예산안, 한국판 뉴딜 방안 등을 계획대로 6월 초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도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발굴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