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3~4일 쉬라고요? 직장인들 현실을 알고도 그런 대책을 내놓는 겁니까.”
정부가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하면서 내건 5대 개인방역 수칙 중 제1수칙인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가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직장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프면 쉴 수 있는 공무원과 그렇지 못한 직장인·일용직 노동자 간 사회적 차별 논란도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지역 자동차 제조 하청업체에서 차 선팅·코팅 업무를 하는 장모(35)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프다고 3~4일을 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당한 휴일을 보장받긴 어렵다”며 “이마저도 수당이 제외되기 때문에 그냥 참고 일하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수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의 처지는 더 심각하다. 세종의 한 이삿짐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김모(45)씨는 “사장들은 어차피 일용직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내가 3~4일 못 나가면 다른 사람으로 자리를 채울 게 분명하다”면서 “이삿짐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아프다고 3~4일 안 나가고 아예 일자리를 잃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북구 스포츠클럽 강사인 이모(33·여)씨는 “아프다고 3~4일 쉬겠다고 하면 사실상 일을 그만 두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달 12~26일 실시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활방역 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에 대한 국민 의견 개진 비율이 2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최다 질문도 ‘쉴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응방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해결책으로 “직장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대부분의 기성세대가 그동안 아파도 학교 가고 출근하는 문화에서 성장해왔다”며 “우선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는 권고안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강보험 가입자가 질병·부상으로 치료받는 동안에 상실되는 소득이나 현금수당을 보전해 주는 ‘상병(傷病)수당’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8000억∼1조7000억이나 되는 재원 소요가 걸림돌이다.
정부는 또 이 수칙을 공공기관에서 시범 적용키로 해 직업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아파서 쉴 경우 대체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아직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긴 하지만 단기 일자리 확대 등과 이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 관련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보다 구체화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규엽 최재필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