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상조회가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동업자가 빼돌렸던 90억원 상당의 여주학소원장례식장을 돌려받았다. 김 전 회장과 사실상 동업관계였던 H사 장모(38) 대표가 민·형사상 책임을 줄이기 위해 자산을 반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은 앞서 향군상조회 인수·매각 과정에서 장 대표가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향군상조회를 소유하고 있는 보람상조는 지난달 29일 학소원장례식장에 대한 부동산 등기를 신청했다. 원래 등기가 돼 있었던 H사는 장례식장을 가져간 것 자체가 무효임을 인정하고, 등기를 말소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소원장례식장은 당초 향군상조회 소유였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 1월 향군상조회를 향군으로부터 인수했다. 이후 장례식장은 H사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향군상조회에 매각 대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상의 ‘가장매매’였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 3월 향군상조회 자산들을 빼돌린 후 보람상조에 팔아버렸다. 장례식장은 여전히 H사 소유였다. 보람상조는 이를 알게 된 후 법적 절차를 진행해왔다.
H사 측은 지난달 28일 보람상조 측에 ‘장례식장을 돌려 줄 테니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합의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람상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H사는 이후 조건 없이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대표는 향군상조회를 인수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컨설팅비를 받고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군인 출신인 장 대표가 인수·매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장례식장 이전이 김 전 회장 지시였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장 대표는 김 전 회장이 잠적한 후에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채권을 승계받았다”며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었다.
김 전 회장 측이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후 빼간 자산은 장례식장을 포함해 모두 380억원에 달한다. 앞서 반환됐던 향군상조회 펀드 자금 80억원과 장례식장을 합쳐도 피해회복 액수는 17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금은 대부분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측근인 김모(58·구속기소) 전 향군상조회 대표 등을 동원해 직접 빼돌렸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해당 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로비 활동이 실제 있었는지도 수사 중이다.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자산관리)센터장은 지난해 12월 라임자산운용 사태 피해자에게 ‘(김 전 회장이) 로비를 해서 향군상조회를 인수할 것이다. 상조회 회원비로 라임 펀드를 살릴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수원지검으로 송치된 김 전 회장은 별개의 수원여객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횡령액 161억원 중 5억원을 상품권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상품권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파악 중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