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에 따른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공개 기간(14일)이 지난 동선 정보를 삭제키로 했지만, 일부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4일에도 여전히 동선이 공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감염병 관련 정보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와 지자체 및 포털사이트에서 공개기간이 지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삭제 작업을 3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확진자 본인의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확진자 방문 점포’라는 낙인에 의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달리 국민일보가 이날 확인한 전국의 주요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확진자 동선 정보가 여전히 남아있는 곳이 적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는 도내 확진자 동선 자료가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자료에는 점포 이름까지 공개돼 있었다.
동네 주민이라면 추측할 수 있는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는 지자체도 많았다. 서울의 25개 구청 홈페이지를 둘러본 결과 확진자의 동선을 완전히 지운 구는 19개였다. 나머지 6개 구(종로·도봉·영등포·강서·양천·서대문)는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기재한 동선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점포 이름은 익명화했지만 ‘화곡제O동 정육점’ ‘화곡제O동 아이스크림 가게’ 등으로 정보가 공개돼 있어 지역 내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된다.
확진자 개인의 신상정보가 남아있는 곳도 있었다. 세종시 홈페이지에는 ‘OO운동시설에서 줌바댄스 수강 후 감염된 OO오피스텔 거주 20대 여성 공무원’ ‘OO아파트 OO직원 30대 남성’과 같이 확진자의 거주지나 근무기관의 이름이 공개돼 있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클린존(방역안심시설)’이라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 중 방역을 마친 점포의 리스트다. 클린존이라는 이름으로 354곳의 ‘확진자 방문 점포’ 상호가 실명으로 기재돼 있다. 서울시는 방역을 마쳤으니 안심하라는 취지로 자료를 공개한 것이지만, 리스트에 오른 업주로서는 썩 달갑지 않을 수 있는 일이다.
확진자 동선 공개로 ‘낙인’이 찍힌 한 카페 업주는 “이미 인터넷에 상호를 다 공개해 피해를 입었는데, 정보공개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선 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며 “도대체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에서 제작한 ‘확진자 동선 공개 지도’ 등 코로나19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 서비스 등에도 아직 확진자 동선 정보가 남아있어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