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 유튜버와 낙선자들이 제기한 ‘제21대 총선 사전투표 음모론’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한차례 SNS 저격을 주고받았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소연 전 미래통합당 후보는 또 한 번 부딪혔다.
김 전 후보는 4일 페이스북에 “진 전 교수님. 의사 선생님 좀 소개해주시겠어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의사협회 교수·원장님들, 통계학회 박사·교수님들, 카이스트 대학원생들까지도 통계 수치 문제, QR코드 위법성, URL 심는 방법 등 구체적인 방법이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어느 병원 무슨 과에 가서 어떤 증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안 부탁한다”고 썼다.
이 발언은 앞서 진 전 교수가 페이스북에 남긴 주장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쓴 글에서 음모론 주장 세력을 향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반박할 필요는 없다. 해봐야 또 다른 논리를 만들어 덤빌 것”이라며 “일종의 편집증이라며 심리의 문제다. 그런 분들은 저보다는 의사 선생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모론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류법이다. 음모론의 주장을 참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 대가로 얼마나 부조리한 전제들을 새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개표 조작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라”고 제안했다.
이에 김 전 후보는 “진 전 교수 같은 좁은 시야와 상상력이라면 이 세상에 신종범죄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신라젠, 라임, 조국 사태 등 진 전 교수 상상력 안에서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선거부정을 의심하는 국민이 제시한 여러 근거를 가지고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과 총선 결과에 대해 정해진 사법 절차에 따라 문제제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방법론에 대해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다. 범죄자들의 심리나 범죄 방법을 탐구하는 일은 검사들과 프로파일러, 언론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 전 교수가 통합당이나 보수의 미래가 걱정되나 보다. 걱정하는 방법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그게 지극히 당연한데 말이다”라며 “미쳤다, 의사 만나라 등의 저급한 인신공격은 자제 부탁한다. 진 전 교수의 계몽의식과 선민의식은 이미 수차례 겪어서 익히 알지만 상대를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는 오만하고 독단적인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지난달 19일에도 있었다. 당시 김 전 후보는 페이스북에 음모론을 제기한 한 보수 유튜버의 영상을 공유하며 “선거부정 의혹을 세월호처럼 금기어로 만들고 프레임 씌울 시도일랑 애초에 그만두시라. 적어도 몇 가지 국민적 의혹과 제가 개인적 제보를 받는 별개의 사건에 있어서는 끝까지 밝혀낼 생각”이라고 썼다.
이후 진 전 교수는 이 글에 “미쳤어. 아직 망할 게 더 남았나 보지”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러자 이를 본 김 전 후보는 다음날 “진 전 교수님은 저를 언제 봤다고 벌써 두번째 반말을 찍찍하시는지 모르겠다”며 “페미니즘이나 선거부정 의혹은 대한민국에서 언급하면 미친 사람 되는 금지어냐. 왜 우리나라는 자유롭지 못하냐”고 분노했다. 또 “국민 대변인으로서 국민 요청을 정치권에 대표로 촉구해야 하고 그게 당연한 의무인데 제가 왜 미쳤는지 물어봐도 되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