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신흥국발 위기?…“한국, 충격 전이 가능성”

입력 2020-05-04 16:40 수정 2020-05-05 08:59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신흥국을 꼽았다. 김 차관은 “대외 충격에 취약한 신흥국은 급격한 자본유출, 통화가치 급락, 외환보유액 감소를 겪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며 “하지만 정책 대응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정책을 조금씩 완화하는 분위기다. 고꾸라지는 경제를 가급적 빨리 정상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아시아와 남미 등 대다수 신흥국들은 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지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신흥국만 90여개국에 달한다. 이 때문에 회복세로 향하는 세계 경제가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흥국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국민의 격리 및 봉쇄, 수출 감소, 외국자본 감소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4일 국제금융협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들로부터 빠져나간 자금이 1000억7000만 달러(약 123조원)로 집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 236억 달러의 4.2배에 달한다.


인구가 많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충격파가 크다. 지난달 14일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태국 등에서 260억 달러를 회수했다. 특히 인도에서만 지난 3월 한달 동안 26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인구 20억명이 넘는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경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때보다 타격이 더 크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코로나발 신흥국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닌 한국에도 직·간접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시장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될 경우, 이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 관리 강화와 협력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우, 주력 수출시장인 신흥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대외개방도가 높아 그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위험 국가에 대한 수출입과 직접투자, 금융거래 등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며, 현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무역금융 등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