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의 지속일까, 숨 고르기의 시작일까. 징검다리 연휴 속에 이달 첫 개장일을 맞이한 4일 국내 증시가 2% 넘게 떨어지면서 ‘5월 하락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강한 회복세를 연출했던 주식시장이 한 차례 쉬어갈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코로나 여파가 반영된 각종 경제 지표가 발표된다면 한동안 거센 반등이 나오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19 포인트(2.68%) 내린 1895.37에 마감했다. 연휴에 나온 부정적 소식들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개장 이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1조698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경신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도 3.27 포인트(0.51%) 내린 641.91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역시 10.9원 오른 달러당 1229.1원에 장을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른바 ‘셀 인 메이(Sell in May·5월 매도)’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격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5월 하락설’은 연초의 상승 기대감이 조금씩 사라지며 5월 들어 증시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순부터 각국의 봉쇄 해제가 본격화되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지만, 주식시장도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마이너스(-) 10% 정도의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타격이 2분기 경기지표 및 기업 실적에 극명하게 드러날 거란 점도 이달 증시가 주춤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가의 추가 반등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며 “5~6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가 저점을 기록하는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5월 하락설은 과연 사실일까.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5월 코스피 수익률이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10번으로, 이 가운데 4% 넘는 하락세를 보였던 해는 6번 수준이었다. 김대준 한투증권 연구원은 “다만 신흥국을 비롯해 약화된 한국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시장에 대한 시각을 중립적으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